“언론사에 반론ㆍ정정 보도를 요청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언론중재위에 중재를 신청하거나 언론사를 상대로 법정 소송을 내야 국정홍보처로부터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습니다.
홍보처에서 평가한 점수가 낮으면 해당 부처 홍보담당자가 인사상 불이익을 받거나 부처 예산이 깎이기도 합니다.”
25일 중앙 부처의 한 홍보담당관이 털어놓은 넋두리다. 그는 “국정홍보처가 각 부처의 보도자료 배포 횟수 등을 일일이 체크하고, 정부를 비판하는 기사가 나오면 해당 부처에 해명을 요구한다”면서 “홍보처의 개입이 과거 공보처보다 더 심한 것 같다”고 말했다.
기자실 통폐합 조치가 발표된 뒤 현 정부의 홍보기구가 너무 비대해졌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그 중심에 청와대 홍보수석실과 국정홍보처가 있다.
청와대 홍보수석실에는 청와대 내 수석실 중 가장 많은 인원인 59명이 배치돼 있다. 역대 정권과 비교해도 가장 큰 규모다.
홍보수석실은 대변인실과 홍보기획, 국정홍보, 국내언론, 해외언론, 보도지원 비서관실을 밑에 두고 언론보도 대응 등을 총괄한다. 정부 부처의 신문 가판 구독 금지, 출입기자단 폐지, 부처 내 기자출입 금지 등 참여정부의 경직된 언론 정책은 모두 이 곳에서 나왔다.
국정홍보처는 역대 정권에서 언론 통제로 오명을 남긴 공보처의 후신이다. 공보처는 김대중 정부 시절인 1998년 2월 폐지됐다가 1년3개월만에 국정홍보처라는 이름으로 부활했다.
국정홍보처는 99년 5월 신설 당시 3국(홍보기획국 국정홍보국 분석국) 체제였으나 지금은 4단(홍보기획단 홍보협력단 미디어지원단 정책포털운영단) 1관(홍보분석관) 16팀 체제로 확대돼 있다. 별도로 해외홍보원과 영상홍보원도 거느리고 있다.
2월말 현재 국정홍보처의 정원은 166명이며 해외홍보원과 영상홍보원까지 합할 경우 무려 331명에 달한다.
그런데도 국정홍보처는 2004년 당시 정원 301명의 48.2%에 해당하는 145명을 늘려 달라고 요청했다가 ‘공룡 조직’이라는 비난을 받았다. 증원 요청 비율이 정부 부처 39곳 가운데 가장 높았기 때문이다.
국정홍보처는 각 부처 및 공기업의 광고 집행에도 관여한다. 올해 초 개헌 홍보 메일을 대량으로 발송해 논란을 일으켰으며 2005년엔 고위 공무원들이 정부에 비판적인 신문에 글을 싣거나 인터뷰를 했다가 국정홍보처로부터 경위서제출을 요구받기도 했다.
국정홍보처 폐지 법안을 제출한 한나라당 정종복 의원측은 “국정홍보처와 같이 각 부처의 홍보를 평가, 통제하는 중앙기구가 외국에 있다는 소리를 들어보지 못했다”고 밝혔다.
김지성 기자 j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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