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완동물 사료의 독성물질 때문에 빚어진 ‘펫푸드 사태’에 이어 이번엔 중국산 치약의 유해물질 포함 여부를 두고 미중 간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특히 이번 문제는 최근 끝난 미중 경제전략대화에도 불구하고 위안화 환율을 축으로 한 양국 간 무역갈등이 해소되지 않고 있는 가운데 터져 나와 주목된다.
미국 정부는 24일 남미지역에서 유해물질이 들어간 중국산 치약이 발견된 것과 관련, 중국산 치약의 수입을 전면 보류하고, 중국측에 식품 및 약품 수출에 대한 감독을 강화할 것을 요구했다.
주미 중국대사관은 이에 대해 논평 대신 최근 우이(吳儀) 중국 부총리가 경제전략대화에서 “경제 및 무역문제를 정치 이슈화하지 말라”고 언급한 것을 되풀이하는 등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더그 아비스펠드 미 식품의약국(FDA) 대변인은 이날 “중국산 치약에 유해물질인 디에틸렌글리콜이 함유돼 있는지에 관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FDA의 조사는 최소 90일간 진행되고, 수입 보류조치는 유해물질이 없는 것으로 확인될 때까지 지속된다.
FDA는 최근 파나마와 도미니카공화국, 호주 등에서 유해 화학성분인 디에틸렌글리콜이 일부 중국산 치약에 들어가 있는 것으로 알려짐에 따라 조사에 들어갔다.
파나마와 도미니카공화국은 최근 디에틸렌글리콜이 들어간 치약 수 만개를 수거했고, 중국 당국도 자국 내 수출업체에 대한 조사에 들어갔다.
디에틸렌글리콜은 해동방지제 등으로 쓰이는 유해 화학물질로, 지난해 파나마에서는 값이 비싼 글리세린 대신 중국산으로 추정되는 디에틸렌글리콜을 넣은 감기약이 유통돼 이를 먹은 어린이 등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해 미국의 치약 수입액 9,600만 달러 중 중국산은 3.5%인 330만 달러이다.
‘펫푸드 사태’에 이어 치약 등에서 또다시 문제가 발생하자 마이클 레빗 미 보건장관은 이날 “이런 문제가 이어지면 어떤 나라도 중국을 신뢰하지 못할 것이라는 것을 중국도 잘 알 것”이라며 “중국은 세계시장에서 빠른 시일 내에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방미 중인 우이 중국 부총리는 이날 미 의회 지도자들과의 면담에서 “위안화 저평가를 이유로 미국이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 제재를 가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미국의 잇단 무역공세에 반발했다.
뉴욕=장인철 특파원 ic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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