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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복폭행 후폭풍' 경찰 최대위기/ 李 경찰청장만 '최기문 전화' 안받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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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복폭행 후폭풍' 경찰 최대위기/ 李 경찰청장만 '최기문 전화' 안받았나

입력
2007.05.25 2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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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연(55) 한화그룹 회장의 보복 폭행 사건에 대한 경찰의 감찰조사 결과가 발표됐지만 그 동안 제기됐던 외압과 로비 의혹을 풀기에는 미흡하다는 평가다. 오히려 경찰 수뇌부와 한화측 사이에 오간 전화 청탁 외에 구체적인 로비의 내용을 규명하는 데는 실패함으로써 의혹만 더 키웠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택순 청장은 최기문 고문 전화 안 받았나

경찰청장 출신 한화그룹 최기문 고문은 사건 발생 직후인 3월12일부터 사건이 언론에 보도된 지난달 24일까지 40일 동안 수사지휘 계통에 있는 서울경찰청 홍영기 청장, 김학배 수사부장, 한기민 형사과장과 서울남대문경찰서 장희곤 서장을 직접 만나거나 전화통화한 것으로 드러났다. 최 고문이 보고선의 정점에 있는 이택순 경찰청장만 제외하고 수사 라인에 있는 모든 경찰 간부들과 접촉을 시도했다는 얘기다. 최 고문의 목표가 김 회장 보복 폭행 사건을 무마하는 것이었다면 그가 수사에 가장 확실히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경찰청장과도 접촉을 시도하려 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높다.

서울청 수사부장 왜 남대문서에 사건 넘겼나

김학배 서울청 수사부장은 첩보를 보고한 서울청 광역수사대에 수사를 맡기지 않고 남대문서로 사건을 이첩했다. 김 부장은 감찰 조사에서 “판단 미스였다”고 해명했지만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다. 수사 경력이 풍부한 김 부장이 첩보를 보고한 광수대가 수사하지 못하도록 했다는 것은 상식 밖의 일이다.

김 부장은 특히 광수대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한기민 형사과장에게 “광수대를 잘 설득해 달라”는 말까지 하면서 사건 이첩을 강행했다. 김 부장이 최 고문에게 2차례 연락을 받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한화측에서 남대문서로 이첩해 달라는 부탁을 받았다는 의구심을 떨칠 수 없다. 김 회장에 대한 강도 높은 수사를 예고했던 광수대보다 수사력이 상대적으로 약한 남대문서가 한화측에선 대응하기 편했을 수 있다.

사건 심각성 알면서도 왜 수사 더뎠나

3월28일 사건을 이첩 받은 남대문서는 언론 보도가 난 4월24일까지 한 달 동안 제대로 수사를 하지 않았다. 그러나 감찰 발표에서는 수사가 진행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자세한 설명이 없다. 장희곤 서장은 4월17일 수사가 더디다는 강대원 전 수사과장의 보고를 받고도 별도로 수사지휘를 하지 않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감찰 결과 서울청 간부들도 자체 첩보 보고나 한화측의 문의 전화로 사건 내용을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그런데도 남대문서 이첩 후 서울청 간부들이 한번도 수사 상황을 점검하지 않은 것은 한화측 로비가 어느 정도 주효했다는 의혹을 사기에 충분하다.

수사 실무자들도 한화의 로비에 수사 의지가 꺾였을 수 있다. 사직서를 낸 강대원 전 수사과장은 지난달 중순 강남의 한 음식점에서 보복폭행에 가담했던 거물 조폭 오모(54)씨를 만나 “김 회장이 소환되면 예의를 갖춰 내 체면을 세워 달라”는 한화측 부탁을 받았다. 강 과장은 김 회장에게 출석 요구서를 발송하지 않았으면서도 발송했다고 서울경찰청에 허위 보고하기까지 했다.

경찰청에는 로비 없었나

감찰 결과만 보면 경찰청은 한화 로비의 무풍지대였다. 경찰청 남형수 감사관은 “한화증권 Y고문과 이택순 청장이 1년에 3,4차례 통화할 정도로 친하다”고 밝혔지만 이 사건과 관련해 일체 전화 접촉은 없었다고 밝혔다. 남 감사관은 경찰청의 다른 간부들과 최 고문 등과의 통화 내역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그러나 서울경찰청의 핵심 수사라인 거의 모두에게 사건 문의 또는 청탁성 전화를 한 최 고문이 중요 의사 결정선상에 있는 경찰청 간부들만 로비 대상에서 제외했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최 고문 말고도 한화의 다른 간부들이 동원됐을 가능성도 있다.

강철원 기자 str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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