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저기서 신도시로 지정될 것이란 소문이 무성해요. 이미 신도시 지정과 관련한 정보가 사전에 누설됐다는 말도 나오고 있어 묻지마 투기열풍이 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지난해 검단신도시 발표 직전에 과열됐던 것과 비슷한 분위기에요."
내달 발표될 분당급 신도시 후보지로 거론되고 있는 경기 화성 동탄신도시. 이 지역 B 중개업소 관계자는 "어차피 발표해야 할 것이고, 또 입지가 정해졌으면 정부가 하루라도 빨리 신도시를 발표하는 것이 불필요한 투기를 막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괜히 시간만 끌었다가는 엉뚱한 곳까지 투기바람이 불어 수도권 땅값이 덩달아 치솟는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인근 C공인 관계자도 "지난해 말에는 광주 오포와 용인 모현이 유력하다고 떠들썩거리더니, 최근에는 화성 동탄과 용인 남사면이 신도시로 지정될 가능성이 높다는 소문이 돌면서 주변 부동산가격이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며 "공급 확대를 통해 집값을 안정시키겠다는 정부의 당초 취지가 오히려 시장 불안을 키우는 꼴로 변질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알만한 사람 다 알아" 사전누설 의혹도
일부 언론에 확인되지 않은 신도시 후보지역이 무책임하게 거론되는 것도 해당지역의 투기광풍 가능성을 높여주고 있다.
이곳 중개업자들은 "'알만한 사람은 다 안다'는 소문과 함께 그럴듯한 개발계획이 일부 흘러나오고 있다"며 "일부 기획부동산에 의한 거짓 정보인지, 아니면 관료들이 개발계획을 누설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최근 시장 분위기가 달아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고강도 담보대출 규제와 '세금폭탄'으로 진정기미를 보이던 수도권 부동산 시장이 '분당급 신도시' 발표를 앞두고 유력 후보지들을 중심으로 과열 바람이 일고 있는 것이다.
최근 건설교통부 서종대 주거본부장이 분당급 신도시는 분당보다 규모가 큰 600만평 규모 이상이 될 것이라고 말한 뒤 동탄신도시 주변은 매물이 빠른 속도로 회수되고 호가가 급상승하고 있다.
동탄면 J부동산 관계자는 "최근 1주일 사이에 호가가 10~20% 정도는 오른 것 같다"며 "임야가 평당 50만~100만원, 절대농지가 평당 50만원 선까지 호가하지만 그나마도 매물이 없어 실제 거래를 하려면 웃돈을 얹어줘야 한다"고 전했다.
그는 "분당급 신도시는 지난해 추병직 전 건교부 장관의 설익은 개발 계획 발표로 논란이 됐던 '검단신도시'의 전철을 그대로 밟고 있다"며 "(이번 신도시 입지가) 강남 수요를 대체할 만한 매력적인 곳이라면 후폭풍은 그 이상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부 아파트 평당 1000만원 넘어서
또 다른 유력지로 소문이 난 용인시 남사면 일대도 땅값과 집값이 뛰는 등 투기 조짐이 고개를 들고 있다. 올 초 6,000만~7,000만원이던 20평대 빌라가 최근 1억원까지 올랐지만 그나마 매물이 없어 거래를 할 수 없는 실정이다.
용인 모현면과 광주 오포지역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신도시 개발설로 부동산 가격이 크게 오른 데 이어 최근에도 다시 급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1억4,000만원 수준이던 모현면 30평대 연립주택이 지금은 2억원을 호가하고 있다. 지난 해말 2억3,000만원 안팎이던 오포읍 31평형 아파트는 최근 3억3,000만원에 매물로 나와 있다.
수도권 북부인 고양시 일대와 양주 등도 신도시 후보로 거론되면서 매물이 사라지고 호가 상승이 이어지고 있다.
건교부가 24일 발표한 올 1~4월 전국의 땅값 상승률에서도 신도시 후보지로 거론된 광주와 화성 하남 등은 전국 평균(1.2%) 보다 높은 2%대의 평균 상승률을 보였다.
오포가 속한 광주는 4개월간 2.7% 올라 전국 평균의 2배를 훌쩍 넘었으며, 양주 2.3%, 하남 2.1%, 동탄을 포함한 화성은 2.0%의 상승률을 보였다. 모현면이 포함된 용인시 처인구도 2.3% 올랐다.
이들 지역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여 있음에도 불구, 거래량이 증가하고 있다. 화성의 경우 1~4월 거래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89.9%나 폭증했으며 양주는 39.8%나 급증했다. 용인시 처인구도 18.3% 증가했다.
신도시 개발에 따른 시장 불안과 투기열풍을 차단하기위해서는 이의 발표를 예정보다 앞당길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스피드뱅크 박원갑 부동산연구소장은 "투기 대책 마련 등 제도적으로 문제가 없다면 신도시 후보지를 일찍 발표해 투기를 부채질하는 추측 보도와 시장 혼선을 막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건설산업전략연구소 김선덕 소장은 "고위 당국자들의 잇단 신도시 발언으로 시장에 혼선만 가중되는 실정이라면 서둘러 입지를 선정하고 후속대책을 내놓는 게 바람직하다"며 "땅값만 올려 놓을 경우 9월부터 시행되는 분양가 상한제의 도입 취지마저 흔들?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전태훤 기자 besa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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