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문제를 둘러싼 이데올로기 갈등이 금년 대선에서는 상대적으로 덜할 것 같다. ‘2ㆍ13합의’ 이후 북한 핵 문제 해결에 대한 기대가 반영된 가운데 대선주자들은 한반도의 역동적 상황을 긍정적으로 인식하고 있다. 과거와 같이 대선이 우리 사회를 이데올로기적으로 분열시키는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이 적다는 점에서 다행스럽다.
우선 남북관계 정책 전반을 관통하는 특징으로는 대선주자 5명이 모두 10년 후 북한 체제의 변화상에 대해 극단적인 붕괴론이나 급격한 자본주의화를 전망하고 있지 않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대체로 점진적인 개혁ㆍ개방을 예상하는 가운데, 북한의 전략적 결단을 우선시하거나 외부 환경의 역할을 강조하는 차이가 발견된다. 북한 체제의 급변 사태가 가져올 파장을 고려한다면 이 정도의 차이는 나름대로의 합리성에 기반한 자연스런 입장 분화로 보인다.
국가보안법 등 민감한 사안에 대해 모든 대선주자가 전향적 입장을 취하고 있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모든 주자가 최소한 부분 개정 이상의 필요성을 언급함으로써 앞으로 국보법은 개폐의 운명에 처할 가능성이 커졌다. 물론 이 문제가 대선 국면에서 주요 이슈로 부각될 경우 폐지 불가 입장의 보수층과 폐지론을 펴는 대선주자들과의 갈등도 예상해 볼 수 있다.
각론에서는 대체로 이명박 전 서울시장ㆍ박근혜 전 대표 그룹과 손학규 전 경기지사, 정동영ㆍ김근태 전 열린우리당 의장 그룹 간의 입장 차가 뚜렷하게 드러난다. 특히 현 정부의 대북정책, 정상회담 개최 시기 등에서 차이가 두드러진다.
남북관계 진전 문제에서도 두 그룹 간 입장 차가 크다. 한나라당 주자들은 핵 문제 해결을 전제로 한 진전을 강조했으나 범여권 주자들은 남북관계 자체의 동력에 의한 진전에 기대감을 표시했다. 이 문제는 앞으로 ‘2ㆍ13합의’ 이행의 속도와 내용 변화에 따라 이번 대선에서 핵심 쟁점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이 전 시장과 박 전 대표 사이에도 약간의 온도 차가 느껴진다. 두 사람 모두 중도보수적인 남북관계관을 갖고 있으나, 현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해서는 이 전 시장이 박 전 대표에 비해 상대적으로 우호적이다. 북핵 문제와 남북관계 개선의 선후 순서 문제에서는 대체로 이 전 시장이 북핵 문제 해결에 올인하고, 이후 남북관계를 발전시켜야 한다는 입장에 가깝다.
손 전 지사와 열린우리당의 두 전직 의장 간에도 공통점이 크지만 미묘한 차이도 느껴진다. 정 전 의장ㆍ김 전 의장은 좀더 미래지향적인 남북관계 영역에, 손 전 지사는 당장 실현 가능한 영역에 집중한다는 인상이다. 두 전직 의장이 현 정부 대북정책의 성과를 기반으로 남북관계를 거시적 차원에서 접근하고 있다면 손 전 지사는 평양 근교 시범농장 설치 등 지사 시절의 미시적 경험에 기반을 두고 있어서 이 같은 차이가 생긴 것으로 보인다.
이번 조사를 통해 남북관계 주요 쟁점에 대한 대선주자들의 인식이 상당 부분 드러났다. 미묘한 사안에 대해서는 예시된 답을 고르지 않고 비켜가기도 했지만, 자신만의 입장과 정책을 드러낸 것은 수확이라고 본다. 차이는 있지만 모든 주자가 대결이 아닌 대화와 협력이라는 전향적 사고로 남북관계를 바라보고 있는 것도 의미가 크다.
김용현 교수 동국대 분한학과 본보 대선 보도 자문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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