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부대가 옮겨오는 데 반대하는 경기 이천 주민들이 서울 도심 시위에서 돼지를 산 채 찢어 죽이는 엽기적 '퍼포먼스'를 벌인 것은 듣고 보기가 참담하다.
군부대와 아무 상관없는 가축을 잔혹하게 해친 것은 동물을 불필요하게 학대하고 생명에 대한 외경심을 짓밟는 무도한 짓이다. 특히 문명사회의 양식을 비웃는 잔혹행위가 군부대 이전의 이해득실을 따지는 이기심에서 비롯된 사실은 우리사회의 탐욕이 야만 수준에 이른 것을 실증했다고 본다.
이 야만적 행위가 자행된 국방부 앞 시위에는 주민 1,500여명과 이천시장, 시ㆍ도의원 및 국회의원까지 참가했다. 여기서 미리 준비한 새끼 돼지를 능지처참하듯 찢어 죽이려다 칼로 난자한 것은 일부 주민의 우발적 행동으로 보기 어렵다.
주민들이 절박한 심정을 호소하기 위해 극단적 방법을 썼다는 해명도 설득력이 없다. 시위 주최측은 여론의 비난과 동물보호단체의 고발에 당황한 나머지 서둘러 잘못을 사과했겠지만, 무엇이 그토록 주민들의 심성을 살벌하게 만들었는지 깨달은 것 같지는 않다.
이천 주민들이 송파 신도시 예정지의 특전사가 옮겨오는 데 반대하는 명분은 이해할 측면이 있다. 지역경제에 도움되기보다 장기적 발전을 저해할 것을 우려할 만하다. 특히 국방부가 사전협의 없이 불쑥 발표한 것에 반발하는 것은 있을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군부대가 유해ㆍ혐오시설인 양 무조건 '결사반대'를 외치고, 야만적 잔혹행위까지 무릅쓸 일은 아니다. 군의 특수한 필요와 지역의 이해를 진지하게 논의할 것을 요구하는 절제를 내팽개쳐야 할 만큼 절박한 처지에 있다고 보기 어렵다.
이천시와 주민들은 환경 규제를 내세워 하이닉스 반도체공장 증설을 막은 정부가 달갑지 않은 특전사 수용을 강요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한다.
언뜻 옳은 듯 하지만, 지역적 이해를 앞세워 국가적으로 긴요한 환경 규제와 군부대 이전에 모두 반대하는 이기적 모습이 두드러진다. 우연치 않게 이천시와 관련된 두 사안은 우리사회 전체의 각성이 필요함을 일깨웠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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