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시가 9ㆍ11 테러 현장에서 발생한 먼지로 사망한 사람을 처음으로 9ㆍ11 희생자로 공식 인정했다. 그동안 ‘9ㆍ11 질병’을 인정하지 않았던 뉴욕시 당국의 이 같은 결정은 현재 진행중인 수천건의 9ㆍ11 관련 재해 소송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뉴욕타임스가 24일 보도했다.
2001년 9월11일 세계무역센터(WTC)가 테러리스트들의 공격으로 붕괴될 당시, WTC에서 한 블록 떨어진 건물에서 근무 중이던 인권변호사 펠리시아 던 존스(42)는 건물을 탈출, 먼지로 자욱한 사건 현장을 뚫고 스테이튼 아일랜드의 집으로 돌아갔다.
그러나 갑작스레 발생한 심한 기침과 호흡 곤란으로 고생하다 5개월 후 사망했다. 유족들은 그라운드 제로의 먼지에 노출된 것이 사인이라고 주장했지만, 뉴욕시 검시관인 찰스 허시 박사는 “충분한 증거가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존스의 이름을 9ㆍ11 희생자 공식 명부에 올려달라는 요구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후 남편인 조셉 존스는 시 당국을 상대로 260만달러의 보상액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먼지 노출의 부작용을 보여주는 400쪽 분량의 보고서까지 작성해 허시 박사 측에 보냈다.
이 같은 열정은 마침내 결실을 거뒀다. 2004년 “존스의 사망과 먼지 노출 사이에는 직접적인 연관관계가 없다”고 결정했던 허시 박사는 마침내 “존스의 사인은 그라운드 제로의 먼지 노출”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9ㆍ11 희생자 명부에 공식적으로 이름을 올리는 것은 물론, 사망확인서의 사인도 자연사에서 살인으로 바꾸기로 했다.
현재 뉴욕에는 테러 현장에서 복구작업을 벌이다 질병을 얻은 소방관과 경찰관 등이 시 당국을 상대로 제기한 피해보상 소송이 3,600여건에 달한다.
박선영 기자 aurevoi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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