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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zine Free/ 스타일 - 패션지 송혜교 화보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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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zine Free/ 스타일 - 패션지 송혜교 화보 논란

입력
2007.05.24 2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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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을 대상으로 한국에서 발행되는 패션잡지에 한국인 여배우가 커버를 장식한 것이 최초라며 호들갑을 떨 만큼 대단한 일인가? 어느날 아침 영화 <황진이> 의 타이틀롤을 맡은 송혜교가 한 라이센스 패션잡지 한국판의 표지를 장식했다는 것이 뉴스로 등장하는 것을 보고 어이가 없었다.

그러고 보니 최근 유명 스타들의 화보를 촬영하고 이를 홍보하는 사례가 잡지 마케팅의 트렌드처럼 굳었다. 스타들의 새로운 사진 한 장이면 온라인 뉴스 포탈의 헤드를 장식하는 것은 식은죽 먹기처럼 간단해진 세상, 스타에 대한 동경과 패션에 대한 물신주의에 교묘하게 영합하는 화보 마케팅은 과연 온당한가.

시작은 피겨 요정 김연아 였다. 17세 가냘픈 몸으로 2007년 국제빙상연맹 세계 피겨선수권대회 3위에 오르면서 국민영웅으로 떠오른 이 소녀가 잡지 <얼루어> 한국판의 화보촬영에 응하면서 화제를 집중시킨 것이다. ‘한창 기량연마에 몰두해야 할 때 패션화보를 촬영하다니 지나친 상업주의 아니냐’는 논란이 각종 스포츠지와 몇몇 일간지, 온라인 뉴스포털을 도배했다.

상업성 논란은 정작 김연아 스스로 “여가 시간에 화보 촬영에 응한 것이 무슨 문제가 되느냐”고 점잖게 일침을 가하면서 일단락됐다. 말하기 좋아했던 어른들이 무색해 하고 있는 동안, 논란의 가장 큰 수혜자는 창간 4주년이 다되도록 이렇다할 주목을 끌지 못했다가 순식간에 뉴스메이커로 등극한 잡지 <얼루어> 였다.

스타의 화보가 핫 이슈가 될 수 있다는 것이 확인되자 파상공세가 치열해졌다. 남성잡지 <맨스헬스> 가 역시 김연아를 주인공으로 화보촬영을 했고 <얼루어> 는 가수 손호영의 화보를 게재하면서 언론사에 ‘발레리노가 된 손호영’이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돌렸다. 손호영은 발레리노 포즈를 취했을 지는 모르나 발레복 대신 나이키와 서상영 브랜드의 캐주얼웨어를 입고 있었다.

<보그> 한국판은 한술 더 떴다. 6월호에 영화 <황진이> 의 타이틀롤인 송혜교의 화보를 찍은 뒤 ‘한국 여배우가 이 잡지의 표지를 장식한 것은 최초’라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영화담당 기자들에게 돌려 뉴스 만들기를 시도했다. 이 보도자료를 접한 첫 느낌은 ‘그게 부끄러워할 일이지 자랑할 일인가?’였다.

물론 이 잡지의 커버를 장식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알려진 이유와는 다르다. 한 영화담당 기자는 “그 정도 명성이 있는 잡지라면 커버 화보는 본사(미국 보그)에서 다 컨트롤하니까 한국인 여배우가 커버로 결정되는 것은 대단한 일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사실이 아니다.

이 잡지에서 패션기자로 일했던 관계자에 따르면 한국판의 경우 커버를 결정하는 것은 100% 한국의 권한이다. 이 관계자는 오히려 “한국에서 팔아 돈 버는 데 본사에서 결정한다는 게 말이 되는가? 그래서 한국인 정서에 맞지않아 잡지가 안 팔리면 누가 책임지나?”라고 반문한다.

해외에 본사를 둔 라이센스 패션잡지들이 한국인을 표지로 쓰지않는 이유는 다른 데 있다. 잡지 커버는 직접적으로 잡지 구매를 일으키게 만드는 가장 중요한 승부처다.

세계적인 스타들이 표지에 등장하는 이유다. 그런데 마돈나, 니콜 키드먼 등 유명 스타들을 엄청난 몸값을 지불하며 촬영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방법은 딱 하나, 본사에서 진행한 화보 사진을 한장에 300달러 안팎을 지불하고 사서 쓴다.

그럼 왜 한국인 스타들을 표지에 안 쓰느냐는 질문이 나온다. 역시 간단하다. 패션잡지가 아닌 여성잡지처럼 보이는 게 두려워서다. 패션잡지계에 전해 내려오는 슬픈 일화가 있다.

1990년대 말 <엘르> 한국판이 당대 톱 패션모델이었던 이보경의 사진을 커버로 실었다. 패션관계자들은 대체로 ‘신선하다’ ‘자부심을 읽을 수 있어 좋았다’며 호평했지만 판매 실적은 사상 최악이었다. 라이센스 패션잡지는 외국산이라는 것이 마케팅 포인트이므로 너무 한국잡지처럼 보여서는 안된다는 업계의 불문율을 재확인한 사례였다.

<황진이> 를 주제로 한 송혜교 화보는 달리 보면 영화마케팅의 일환이다. 영화 홍보 차원에서 주인공인 톱스타를 커버로 내세우고 해외 화보촬영에 따른 일체의 비용을 대는 형식으로 진행된 것이다. 무려 18페이지에 달하는 화보가 온통 영화의상과 영화속 인물 황진이에 초점을 맞추고 있음을 보면 쉽게 추정할 수 있는 대목이다.

스타의 패션화보가 그 자체로 가독성이 크다는 것은 이제 삼척동자도 아는 사실이다. 국내 패션산업이 융성한 증거로도 볼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업계를 선도하는 유명 패션잡지들의 화보마케팅이 자가당착에 빠지는 것은 아쉽다. 패션계 한 관계자는 “일반인들의 패션수준이 높아진 만큼 패션전문지들이 자부심을 갖고 업계의 잘못된 관행을 고쳐나가려는 자세가 아쉽다”고 말한다.

이성희기자 summ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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