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유전자(DNA) 검사로 혐의를 벗은 수감자가 200명을 넘어섰다.
23일 미국의 법률자선단체인 ‘이너슨스(innocence) 프로젝트’에 따르면, 수감자에 대한 DNA 조사가 시작된 1989년 이래 201명이 억울함을 벗었다. 영국 일간 더 타임스는 이들이 부당하게 복역한 기간이 2,496년에 달했다고 전했다.
201번째 ‘행운아’는 7세와 8세 여아를 성폭행하고 살해한 혐의로 19년째 수감 중인 바이런 해슬리. 88년 사형을 간신히 모면했던 그는 지난 주 DNA 조사에서 다른 사람이 진범으로 드러나 혐의를 벗었다. 뒤늦게 무고함이 드러난 수감자 중에는 저능아와 억울함을 씻지 못한 채 옥사한 이들도 있다.
수사기관의 희생양이 된 201명 중 흑인은 120명, 사형수는 15명으로 나타났다. 이런 통계는 특히 성폭행 사건에서 흑인에 대한 미국인들의 편견을 단적으로 보여준다는 지적이다. 성폭행 사건은 12% 만이 희생자와 다른 인종에 의해 발생하지만, 백인여성을 성폭행한 혐의로 수감된 뒤 무죄로 풀려난 흑인은 64%나 된다.
이너슨스 프로젝트는 201명을 빙산의 일각에 비유하며 “무고한 수감자들이 훨씬 많이 복역 중”이라고 주장했다. DNA 채취가 가능할 정도의 증거를 확보하는 경우는 전체 사건의 평균 10%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201명도 DNA 채취가 가능한 증거 덕분에 감식을 통해 혐의를 벗은 경우다. 이 단체는 현재 수감자 수 천명이 DNA 조사를 요청해와 250건의 조사가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무고한 수감자가 얼마나 될 지는 최근 버지니아주 당국이 무작위로 29건의 성폭행 수감자를 추출해 재수사한 결과로 추정할 수 있는데, 조사결과 7%에 가까운 2명이 무죄로 드러났다.
이태규 기자 tgl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