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나라에 계시는 엄마와 좀더 가까이 있고 싶어 비행기를 탔다”는 아시아 최연소 초경량 항공기 조종사 전유나(14ㆍ제천여중 2년)양이 23일 공군 최초의 여성전투기 조종사들과 만났다.
전 양은 이날 강원 원주 공군 제8전투비행단 초청으로 여성 전투기 조종사들이 활약하고 있는 비행단을 방문했다. 만남은 시작부터 특별했다. 전양은 초경량 항공기인 ‘Bingo 912’를 직접 몰고 오전 9시께 충북 제천의 민간활주로를 이륙, 30여 분만에 비행단 활주로에 사뿐히 내려 앉았다.
전양의 아버지 찬묵(39)씨도 제천의 전문 비행 교육기관인 드림항공 교관이 모는 다른 초경량 비행기를 타고 활주로에 무사히 안착했다. 활주로에는 공사 49기 동기로 2003년 공군 최초의 여성 전투기 조종사가 돼 F-5F를 몰고 있는 박지원, 박지연, 황윤지 대위가 미리 마중 나와 있었다.
선배 조종사, 김영민(준장) 단장 등과 향후 진로등에 대한 얘기를 나누며 점심을 나눈 전양은 처음으로 활주로를 빠른 속도로 달리는 ‘고속 활주’(High-Taxi)를 체험했다. 박지원 대위와 함께 F-5F 전투기에 탑승한 뒤 전양은 “스릴 있고 재미 있었다”며 “전투 조종사가 되는 것도 좋을 것 같다”고 소감을 말했다.
내성적인 성격이어서 행사 내내 거의 말이 없던 전양은 문득 조종사복이 탐이 났는지 박 대위가 입은 공군복을 가리키며 “이거 저 줄 수 없어요”하고 조심스럽게 물었고, 박 대위는 흔쾌히 자신의 군복을 선물했다.
전양은 4월 충북 제천 드림항공 전문비행교육기관에서 올해 처음 실시된 제1회 초경량 비행장치 실기시험에 합격, 초경량 항공기 조종사가 됐다. 몰 수 있는 비행기는 250㎏ 이하의 2인승 항공기. 시속 120㎞로 2시간 날 수 있는 비행기다. 초등학교 5학년 때 불의의 사고로 어머니를 여읜 전양은 합격 당시 “엄마와 좀 더 가까이 있고 싶어 비행기를 탔다”고 해 눈길을 끌었다.
박지원 대위 등 조종사들은 “유나의 나이 때 막연히 전투기 조종사를 꿈꿔왔던 기억이 되 살아났다”며 “유나가 어떤 난관이 있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꿈을 이룰 수 있도록 응원하겠다”고 말했다. 행사가 끝난 뒤 소녀 조종사는 타고 온 ‘Bingo 912’를 몰고 다시 충북 제천으로 날아갔다.
김범수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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