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영화계에 위기감이 고조돼 가고 있다. 한국 영화가 '한류'와 함께 성장한 지 10년 만에 내리막을 향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불안감이 확산돼 가는 것이다.
지난달 기대를 모았던 임권택 감독의 '천년학'이 흥행에서 참패를 한 후 한층 짙어진 불안감은, 지금 개최되고 있는 칸 국제영화제에서도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칸의 한국영화 해외판매가 전에 비해 현저히 부진하다. 한국영화가 국내외에서 흥행에 실패하자 구매를 꺼리는 분위기라는 것이다.
'왕의 남자'나 '괴물'이 1,000만 관객을 끌어 모은 것이 바로 지난해였던 사실을 들어 위기를 일시적 현상으로 보는 견해도 있으나, 영화의 산업적 구조를 보면 문제는 심각하다.
지난해 제작된 108편의 영화 중 흑자를 본 작품은 10~20%에 불과하며, 전체 영화투자에서의 손실은 1,000억원 가까운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일본 등에서 한류 붐이 점차 식어가는 가운데 영화 수출도 전년에 비해 68%나 감소했다.
영화계나 문화 당국은 위기의 원인을 정확히 진단하고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 지난해 7월 이후 스크린쿼터 일수가 40%에서 20%로 줄어 타격을 입은 것도 사실이나, 언제까지나 스크린쿼터 탓만을 할 수는 없다.
먼저, 성공한 소수의 작품을 제외하고 우리 영화가 외화와 비교할 때 확실한 매력과 경쟁력을 지니고 있는지를 돌아보아야 한다. '왕의 남자'나 '괴물'이 국내외에서 인정을 받은 것은 독특한 상상력과 탄탄한 시나리오 덕분이다.
비슷비슷한 소재의 영화들이 양산되는 거품을 걷어내고, 한국영화 특유의 완성도를 높여가야 한다. 또한 한껏 치솟은 유명 배우의 출연료와 감독의 연출료에서도 과감히 거품을 빼야 한다. 웬만하면 100억원이 넘는 제작비를 줄여야 한국영화가 활력을 되찾을 수 있다.
우리 관객은 영화에 대한 취향과 안목이 많이 높아져 있다. 다시 한번 당국의 세심하고 적극적인 영화진흥책과 영화계의 각성ㆍ분발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좋은 영화를 만드는 것만이 영화 붐을 되살리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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