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 석유위기는 에너지자원이 얼마나 중요한 요소인지를 보여준 상징적 사건이었다. 두 차례에 걸친 오일쇼크로 1973년 8월 배럴 당 3달러에 불과하던 세계유가(브렌트유 기준)는 1979년 11월에는 40달러로 급등하였으며 이로 인해 세계경제는 스태그플레이션, 즉 심각한 경기침체와 급속한 물가상승이 동반되는 일찍이 경험하지 못했던 어려움에 직면해야 했다.
경기침체에 따른 수요둔화로 1980년대 이후 낮은 수준에 머물던 국제유가는 1990년대 말부터 지속적으로 상승하기 시작해 최근에는 60달러 내외 수준에서 고착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런데 최근의 유가 상승은 그 속도가 느리다는 점에서 1970년대와 다르다. 1,2차 오일쇼크 당시에는 6개월 내지 1년4개월 정도의 짧은 기간에 유가가 각각 270%, 220%나 상승하여 세계경제가 정상적으로 감당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던 반면, 최근의 유가 상승은 장기간에 걸쳐 완만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는 근본적으로 과거의 오일쇼크가 중동지역 석유 생산국들이 공급 축소 등을 통해 일방적으로 유가를 인상한 것이 원인이었던 것과 달리 최근의 유가상승은 수요국의 경제상황이 호전되어 석유사용량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최근의 유가상승은 석유위기 당시와는 달리 세계경제의 성장세와 물가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고 있다. 불행 중 다행이라고 할까.
향후에도 세계유가는 세계경기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등락할 것으로 보인다. 즉 세계경기가 호조를 보여 석유 수요가 늘어나면 상승하고 경기가 둔화되어 석유 수요가 줄어들면 하락하는 양상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
다만, 석유 수급사정이 매우 빡빡한 상황이기 때문에 유가가 전반적으로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가운데 석유 공급이 조금만 줄거나 수요가 소폭 늘어나도 크게 상승할 위험이 높다.
결국 이제는 우리가 고유가와 함께 살아가야 할 때이다. 유가 상승에 대응해 주요 선진국들은 태양열, 풍력, 수력, 지열, 폐기물 등 신ㆍ재생에너지원 개발 및 에너지 효율 제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최근에는 바이오에너지 개발과 관련하여 곡물가격이 급등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어 유가상승의 영향이 곡물시장에까지 미치고 있다. 100% 원유 수입국인 우리나라도 종합적인 대책수립을 위한 노력을 대폭 강화해야 할 것이다.
2006년 중 원유수입액이 560억 달러로 전체 수입액의 18%에 이르는 현실에서 준비가 미흡할 경우 석유위기 당시와 같이 우리 경제가 스태그플레이션에 빠지고 상품수지가 적자로 돌아서는 어려운 상황에 처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김민우 한국은행 조사국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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