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 전 총리의 행보가 예사롭지 않다. 평화 이슈를 중심으로 잠행해온 그가 수면 위로 나섰다. 출마 여부에 대한 검토도 본격화한 것 같다.
이 전 총리는 22일 밤 늦게까지 이화영 김종률 김형주 의원 등 열린우리당 내 친노(親盧) 386 의원 10여명과 만나 대선 출마 문제를 논의했다. 참석 의원들은 “결심만 한다면 기꺼이 돕겠다”(김종률 의원)며 출마를 종용했지만, 이 전 총리는 명확한 답을 내놓지 않았다.
대신 이 전 총리는 범여권의 대통합과 대선 승리,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나름의 역할을 다하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한다. 한 참석 의원은 “사실상 대선 출마를 염두에 둔 얘기 아니겠느냐”고 의미를 부여했다.
사실 이 전 총리 주변에선 여태껏 출마 가능성 자체를 부인해 왔으나 최근에는 다른 기류가 감지된다. 한 측근은 이 전 총리가 노무현 대통령과의 독대 자리, 한명숙 전 총리와의 회동에서 공히 출마 의사를 내비쳤다는 소문에 대해 “여러 얘기를 나눴을 것”이라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대북정책과 관련해 지난 3월 북한을 방문한 데 이어 최근에는 미국을 찾아 남북미중 4자 정상회담을 제안했고, 친노진영이 김근태 정동영 전 의장측과 공방을 벌이는 상황에선 중재역을 자임하고 나서기도 했다.
친노 의원들 사이에선 이 전 총리가 김대중 전 대통령과 노 대통령의 신임이 두텁다는 점, 충청권 출신이란 점, 국정 경험이 풍부하다는 점 등을 강점으로 꼽는다. 비노(非盧)진영까지 아우르는 후보로서의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것이다.
한 친노 의원은 “지금은 한 전 총리나 김혁규 의원,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에 기울어 있는 의원들도 결국 이쪽으로 모이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양정대 기자 torch@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