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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종오 시인, 이주노동자·국제결혼 문제 다룬 시집 2권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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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종오 시인, 이주노동자·국제결혼 문제 다룬 시집 2권 내

입력
2007.05.22 2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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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물러설 데가 없다. “낯선 남자 둘이 문 열고 들어 오자 / 젊은 네팔리는 창문을 뒤어 넘었다“(<단속> ) 적어도 골절이다. 그러나 이면을 들여다 보자. “동남아인 노동자들이 돈 모아서 돌아가면 / 자기네 나라에서는 부자가 된다고 / 한국인 노동자들은 모을 돈이 없다고 / 동남아로 기계를 옮겨가는 게 더 남은 장사라고”( <체불> ) 어설픈 동정은 금물이다. “비수기에 봉급 제때 챙겨 받고도 / 성수기 오면 봉급 더 올려 받으려고 / 동남아인 여종업원 둘 직장을 옮겼다.”( <몸값> )

공장주들이 철저히 ‘생계형’일 때, 문제는 달라진다. 자본 대 임노동, 착취와 피지배의 도식을 선뜻 들이댈 수 없다. “공장주는 늙은 장모를 모시고 와서 / 전기 재봉틀 앞에 앉혔다 / 밤새워 옷을 박지 않으면 / 젊은 네팔리의 진료비를 댈 수 없었다”(<단속> ). 모두 한국 사회의 없는 자들이다. 중견 시인 하종오(53)씨가 뿌리 뽑힌 자들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큰 공장은 아예 불법 체류자들을 고용할 수조차 없게 돼 있으니까요.” 21세기 한국판 프롤레타리아는 시적으로 어떻게 존재하는가. 외국인 노동자 문제를 다룬 <국경 없는 공장> , 동남아 국제 결혼 문제를 시로 옮긴 <아시아계 한국인들> (이상 삶이보이는창 발행)을 나란히 냈다.

별세계의 사람들처럼 여겨졌던 그들이 그의 삶 속으로 들어 온 것은 3, 4년 전. 사업 하는 지인의 주변에서 풍경처럼 눈에 띄던 그들이 정서와 내면을 가진 인간들로 비치기 시작했다.

“25년째 살고 있는 면목동의 오래 된 지하 가내 공장에서 외국인들이 보이기 시작했어요.” 통역은 엄두도 못 낼 상황, 다만 고통의 무게만이 가슴에 와 닿았을 뿐이다. 그래서 이번 시들은 서정적 접근보다 서사적 접근이 강하다.

설익은 다민족 사회, 한국의 적나라한 모습은 <아시아계…> 에 그려져 있다. 열차 객석에 앉아 동남아 말로 잠꼬대하던 그들은 칭얼대는 아이를 한국말로 달랜다.

다르게 생겼다 해서 학교에서 따돌림 받는 아들을 보며 냉가슴 앓는 필리핀인 어머니, 한국 남자와 외국 여자가 결혼은 했지만 서로 속내가 달랐음을 확인하고 돌아 서는 한 쌍의 이야기 등 수록 시들은 날만 새면 부르짖는 세계화 타령이 얼마나 허구인지를 고발한다. “이제 3세대까지 확산될 그들에게 가난의 재생산 구조를 강요할 수 없습니다.”

시는 차갑기까지 하다. “시인은 감정이입해서도, 동정이나 연민해서도 안 되죠. 있는 그대로 보여주자는 겁니다.” 냉정한 시선, 소설과 같은 시란 올 초, 도달한 결론이다. “이제 소설 같은 시를 써 보고싶어요. 감정 개입 없이 서사가 진행되는, 소설 같은 시죠 .” 감정의 진정성이 사라진 이 시대에 대한, 하종오식 대응책이다. “진실은 시인의 감정이 개입되지 않는 곳에 있어요.”

강화도에 칩거하면서 김포의 공장, 외국인 노동자 등 급변한 우리 현실을 똑똑히 봐 온 시인에게는 현재 600여 편의 미발표작들이 햇빛 볼 날을 기다리고 있다. “집착을 끊어 버리니 3개월째 담배에 손 안 대고 살아요. 단, 시에 대한 집착만 못 끊고 이러는 거죠.”

장병욱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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