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정선 편 / 문학과지성사어디서 무엇이 되어 우리는 다시 만나랴
시인 이산(怡山) 김광섭(金珖燮)이 1977년 5월 23일 72세로 별세했다. 이산은 고요한 서정과 냉철한 지성에 바탕해 구원(久遠)적 관조의 세계를 구축했던 시인이다. “시는 나에게는 단순한 감정이나 서정이 아니었다.
시인은 민족의식의 첨단에 선다”고 했던 그는 일제 말기에는 중동학교 교사로 있을 당시 학생들에게 민족의식을 고취하고 창씨개명을 반대했다는 이유로 3년 8개월간 옥고를 치렀다. 옥중 시의 한 편이 <이별의 노래> 다. ‘나는야 간다/ 나의 사랑하는/ 나라를 잃어버리고/ 깊은 산 묏골 속에/ 숨어서 우는/ 작은 새와도 같이’ 이별의>
<성북동 비둘기> 는 그의 이 같은 시세계가 1965년 뇌출혈로 쓰러진 이후 병고를 겪으면서 더욱 단단히 육화한 대표작이다. ‘성북동 산에 번지가 새로 생기면서/ 본래 살던 성북동 비둘기만이 번지가 없어졌다/ 새벽부터 돌 깨는 산울림에 떨다가/ 가슴에 금이 갔다’ 성북동>
이산의 시 <저녁에> 의 시구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는 1970년 한국일보 제정 ‘한국미술대상전’의 제1회 대상을 받은 수화 김환기 화백의 작품 제목으로, 또 1980년대에는 대중가요 가사로 널리 알려졌다. ‘저렇게 많은 중에서/ 별 하나가 나를 내려다본다/ 이렇게 많은 사람 중에서/ 그 별 하나를/ 쳐다본다/…/ 이렇게 정다운/ 너 하나 나 하나는/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이산 김광섭 시 전집> 은 2005년 이산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그의 시집 5권에 실린 시와 미발표 유고작 등 모두 274편의 시를 한 곳에 모은 책이다. 같이 나온 <이산 김광섭 산문집> 에는 그의 옥중일기와 문인교유기 등이 수록돼 있다. 이산> 이산> 저녁에>
하종오 기자 joh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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