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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의 아이디어가 세상을 바꾼다-이건 어때요?] "우리 아이디어로 희망 만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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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의 아이디어가 세상을 바꾼다-이건 어때요?] "우리 아이디어로 희망 만들어요"

입력
2007.05.22 2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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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호석 대신 우선석으로 불러요"

“동정이나 혜택을 베푼다는 느낌을 주는 ‘보호석’보다는 양보와 배려를 뜻하는 ‘우선석’으로 부르는 게 낫지 않을까요?”

서울에 사는 대학생 최승호(24)씨는 지하철에서 쓰이는 용어나 픽토그램(누구나 이해하기 쉽도록 그림으로 표현한 상징문자)에 대한 아쉬움이 많다.

교통약자 전용 좌석의 명칭인‘노약자ㆍ장애인ㆍ임산부 보호석’이 대표적이다. 그는 “자리가 비어 있다면 앉았다가 나중에 양보해도 되는데 지금은 지나치게 ‘보호’만을 강조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최씨는 ‘보호석’이라는 이름을 바꾸자는 생각이다. 희망제작소 정기연 연구원도 “해외에선 ‘우선석(priority)’,‘우대석’(courtesy) 등의 용어가 사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최씨는 장애인의 영문 표기인 ‘disabled’의 문제점도 지적했다. 최씨는 “그 단어는 ‘불구, 불능’의 뜻이라 어감상 별로 안 좋다. 다른 용어가 없다면 적당한 픽토그램을 사용하는 게 더 나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씨는 픽토그램 문제도 빼놓지 않았다. 현재 우리나라 지하철 교통약자 픽토그램엔 영ㆍ유아 동반 부모가 빠져 있다. 그는 “아이를 안고 있는 그림을 추가하면 많은 사람들이 혜택을 볼 것”이라고 제안했다. 실제 일본과 독일 오스트리아 등의 지하철 ‘우선석’에는 이런 픽토그램이 있다. 특히 오스트리아는 성 고정 관념에서 벗어나기 위해 남자가 아기를 안고 있는 모습이다.

서울도시철도공사는 이 달부터 지하철 5~8호선 각 호선별 1개 열차의 각 칸마다 ‘배려석’을 두고 시범 운영하고 있다. 공사 관계자는 “용어 순화가 세계적 추세인 만큼 이에 발맞춰 관련 제안을 수용할 필요가 있다”며 “다음달 전국 지하철기관장 회의 안건으로 상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서울메트로 관계자도 “어감이 좋은 용어를 사용하는 건 당연하다”며 적극 검토할 뜻을 밝혔다.

김정우 기자 wookim@hk.co.kr

■ "여행객 위한 1일 이용권 어때요"

심정아(26ㆍ여ㆍ한양대 신문방송학과 석사과정)씨는 “지방이나 외국에서 온 단기 고객을 위해 1일 혹은 휴일 지하철 이용권 등을 만드는 게 어떻겠느냐”고 제안했다.

그는 최근 외국인 친구가 방문했을 때 서울을 지하철로 안내하면서 이 같은 생각이 간절했다. 유적지인 고궁과 젊음의 거리 강남역 주변 등 도심 곳곳을 교통 체증 없이 빠르고 편리하게 누빌 수 있었지만 교통비가 부담됐기 때문이다.

외국인 관광객을 위해 하루 최대 20회까지 버스-지하철을 이용할 수 있는 관광 교통카드인 ‘서울시 시티패스’를 구입할까 했지만 생각을 접었다. 1일권 1만5,000원, 2일권 2만5,000원, 3일권 3만5,000원 등 가격이 만만치 않았다.

심씨는 4년 전 독일 어학연수 시절 유럽여행을 온 부모님을 다양한 대중교통 이용권으로 안내했던 기억을 떠올렸다. 그는 “당시 1일 이용권이 1회권의 2.5배인 5유로(약 6,300원) 정도로 저렴해 관광객은 물론 시민들도 많이 이용했다”며 “한국도 독일처럼 이용권을 다양하게 만들면 지방과 외국인 관광객, 휴일 나들이 고객 등을 쉽게 유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독일 말고도 부담 없는 비용에 하루동안 지하철을 마음대로 탈 수 1일 이용권 제도를 운영하는 나라는 많다.

서울메트로는 4월 전국 지하철운영협의회에서 1일 이용권 도입을 정식 안건으로 제출했다. 서울메트로 오영명 경영혁신팀장은 “1일 이용권 할인율에 따른 수입감소와 신규 수요창출 효과를 비교하고 있다”며 “서비스 차원에서 도입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반면 서울도시철도공사 관계자는 “도입 후 운영손실이 발생할 수 있어 승객 혜택과 적자를 면밀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며 “수도권 지하철 운영협의회와 상급 기관인 서울시와의 협의가 우선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현정기자 agada20@hk.co.kr

■ "간단한 통합 안내번호 만들어요"

한국시각장애인여성연합 전인옥(47) 상임이사는 3월 말 회의 참석차 지하철을 탔다가 곤욕을 치렀다. 시각장애 1급인 그는 출발지인 서울 지하철 5호선 여의도역에서 미리 역무원에게 종로3가역에 내린다고 얘기하고 공익근무요원의 안내를 요청했다.

그러나 목적지에 도착해보니 아무도 나와 있지 않았다. 주변 사람에게 역 관리사무소 전화번호를 물었지만 아는 이가 없었다. 전씨는 한 승객의 도움을 받고서야 가까스로 역 밖으로 나올 수 있었다.

전씨는 “주변 안내는 시간이 좀 걸려도 상관 없다지만 플랫폼이나 지하철 안에서 누가 갑자기 쓰러지거나 화재 등 사고라도 발생하면 신속한 대처가 어려워 큰 재난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화재(119)ㆍ범죄(112) 신고처럼 사건 사고, 분실물 발생 등 지하철 관련 정보를 통합 안내하는 전화번호를 만들자”는 아이디어를 희망제작소에 냈다. 서울의 경우 서울도시철도공사와 서울메트로가 별도 고객 안내번호를 운영 중이다. 역 관리사무소에도 각각 전화번호가 있지만 평소 눈 여겨 본 시민이 아니라면 기억해 내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우리보다 지하철 체계가 복잡한 영국 런던 지하철은 한 번호로 연결되는 교통통제센터에서 경찰과 연계해 비상사태 발생에 대비한다. 역 관리사무소와 바로 연결되는 인터폰도 곳곳에 설치돼 있다.

법적 근거도 충분하다. 현행 전기통신사업법에는 ‘긴급을 요하거나 전국 규모의 통신망을 구성하는 것이 사용 목적 달성을 위하여 비효율적인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 등에는 11○, 12X, 13△△ 계열의 특수번호를 부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서울메트로 관계자는 “현재 안내 시스템은 홍보 부족과 통합관리 미비로 비상 연락망으로써의 기능이 미흡한 게 사실”이라며 “사업자간 시행 타당성 논의를 거쳐 반영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김이삭 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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