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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안이한 기획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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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안이한 기획처

입력
2007.05.22 2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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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국회에서는 남미 외유로 물의를 빚은 공공기관 감사들을 관리ㆍ감독해야 할 기획예산처를 상대로 의원들의 질타가 매섭게 이어졌다.

장병완 기획예산처 장관은 "사적인 자리에서 해외사례를 벤치마킹하러 간다는 얘기를 들었을 뿐, 공식 보고는 못받았다"며 "실무자도 주최측에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을 전달해 안 가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고 한다"고 말했다. 장 장관은 "인지하지 못한 사실에 대해 어떻게 책임을 지느냐"며 억울해 하기도 했다.

감독기관 수장이 보여준 뜻밖의 태도에 의원들이 목청을 높이자 장 장관은 "불미스러운 일을 사전에 예방하지 못한데 대해 책임을 느낀다"고 한발 물러섰다. 그러나 이번 사태를 대하는 감독기관의 안이한 인식이 고스란히 드러난 뒤였다.

기획처는 감사 외유 사태가 불거진 초기부터 "감사포럼은 자율적인 모임"이라며 파장의 중심에서 벗어나려고만 했다. 철저한 진상 파악 및 조치와 같은 적극적 언급은 비난 여론이 확산되는 등 사태가 심상치 않게 전개된 뒤에야 나왔다.

관리ㆍ감독기관이 단지 몰랐다는 이유만으로 책임을 회피하려는 것은 비겁한 일이다. 그보다 먼저 '사전에 알았다 해도 과연 이런 외유를 막을 수 있었을까' 자문해 보는 것이 순서다. 돌아보면 공공기관 혁신을 주도한다면서 '관행'에 관대하고, 정치적 배경을 가진 '낙하산 감사'들을 제대로 견제하지 못한 점 등 반성할 대목은 얼마든지 있다.

기획처는 지난달부터 시행된 공공기관운영법에 따라 298개 공공기관에 대해 막강한 감독권을 손에 쥐었다. 권한 집중에 따른 부작용이 우려됐지만 방만한 경영으로 지탄 받아온 공공기관을 혁신한다는 명분이 컸기에 국민들은 이를 수용했다. 기획처가 보인 실망스런 태도가 권한은 갖되 책임은 안지려는 모습으로 비쳐질까 걱정된다.

진성훈 경제부 기자 bluej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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