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로 예정된 신도시 발표를 둘러싼 정부 부처 간 혼선을 보면 도대체 이 정부 관리들이 정신이 제대로 된 사람들인지 의심이 간다. 발단은 사석에서 분당급 신도시 2곳이 발표될 것이라고 예고한 재정경제부 조원동 차관보의 발언이라고 한다.
주무부서인 건설교통부는 이를 즉각 부인했고, 논란이 거듭되자 분당보다 큰 규모의 신도시 1곳을 발표한다고 구체적으로 공개하기에 이르렀다.
신도시, 더구나 강남에 몰리는 수요를 흡수하기 위한 분당급 신도시 발표는 주택시장에 태풍을 몰고 올 수 있는 극도로 민감한 사안이다. 신도시는 발표 직전까지도 극소수 관계자를 제외하고 철저히 비밀에 부치는 게 관례다.
그런데 경제부처의 사령탑인 재경부의 고위관리가 사석에서, 그것도 숫자까지 들먹이며 정보를 흘렸다니 어안이 벙벙하다. 혹시 의도적으로 정보를 흘려야 할 피치 못할 사정이 있는지 선의적으로 해석해 보려 해도 그럴 이유가 전혀 없다.
추병직 전 건교부 장관이 불쑥 내뱉은 검단신도시 발표 예고 발언으로 인해 하루 아침에 인천 일대 부동산 값이 폭등하고 투기광풍이 불어 닥치는 홍역을 치른 게 불과 몇 달 전이다.
책임 있는 자리에 있는 공직자의 가벼운 입놀림이 부르는 재앙의 교훈을 눈으로 똑똑히 보고도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까닭이 이해되지 않는다.
이번 소동으로 벌써부터 신도시 후보지로 거론되는 지역에서는 갖가지 풍문이 나돌고, 투기 조짐이 고개를 들고 있다고 한다. 과거의 예로 보더라도 신도시 발표는 시장에 안정을 주기보다 반대로 해당 지역에 대한 투기열풍을 초래할 개연성이 충분하다.
이 시점에 필요한 조치는 어설픈 예고 방송이 아니라 신도시 발표가 초래할 부작용을 차단하는 사전 대책이다. 신도시 후보지에 대한 사전 투기단속 활동이나 신도시 발표와 동시에 이뤄질 토지 규제 등 준비된 대책들을 알려서 투기심리를 사전에 봉쇄해야 한다. 모처럼 안정세를 찾은 부동산 시장을 정부 스스로 흔드는 우를 범할까 봐 국민은 조마조마하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