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반 시장 불황이 지속되면서 세계 메이저 음반사들이 인수ㆍ합병(M&A)을 통해 생존을 모색하고 있다. EMI는 오랫동안 인수를 추진해 온 워너뮤직이 아닌 영국계 사모펀드(PEF)에 인수될 전망이고 유니버설뮤직은 BMG의 배급 부문을 인수키로 했다. 세계 음반시장의 대부분을 장악하고 있는 4대 메이저사인 유니버설뮤직, BMG, EMI, 워너뮤직이 서로 먹고 먹히는 싸움을 벌이면서 음반시장의 지각 변동을 몰고 온 것이다.
더 타임스 등 외신들은 21일 세계 3위의 음반회사인 영국 EMI가 영국계 사모펀드인 테라퍼마의 인수제안을 사실상 수용했다고 전했다. 테라퍼마가 EMI측에 제시한 인수 금액은 주당 265펜스로 총 24억파운드(47억3,000만달러, 4조4,012억원)에 달한다. 이는 세계 4위 음반회사인 미국의 워너뮤직이 올해 초 제시한 21억파운드보다 3억파운드가 많은 금액으로, EMI의 부채까지 포함할 경우 총 인수액은 32억파운드에 달한다.
존 길더스리브 EMI 회장은 “테라퍼마가 제시한 인수조건이 지금까지 받았던 제안 중 가장 매력적이었다”면서 “규제의 불확실성이 없고 영업리스크를 최소화하면서 현금을 조달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테라퍼마는 EMI를 인수하면 회사를 분할하지 않고 경영진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데 초점을 맞추겠다고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지난 7년여 간 EMI와 합병하는 방안을 추진해온 워너뮤직이 쉽게 물러나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면서 워너 측이 조만간 더 높은 인수 가격을 제시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한편 유럽연합(EU) 규제 당국은 세계 1위 음반회사인 유니버설뮤직이 BMG의 배급 계열사인 ‘BMG 퍼블리싱’을 16억3,000만유로(20억9,000만달러, 2조원)에 인수하기로 한 결정을 허가했다고 22일 밝혔다.
음반시장에서 양사의 배급 부문 점유율은 각각 3, 4위이며 인수 후 점유율은 22%로 1위인 EMI를 제치게 된다. 단 EU는 이번 인수가 음반 배급시장의 공정한 거래를 저해할 수 있다면서, 유니버설이 저스틴 팀버레이크, R 켈리 등 일부 유명 가수들의 음반에 대한 판권을 마이너 음반사들에게 팔아 넘기는 조건으로 인수를 허가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음반업계의 M&A 움직임이 업황 악화에 따른 필연적 수순이라고 보고 있다. 최근 수년 동안 디지털 음악 시장은 전체 음반시장의 10% 가량을 차지할 정도로 급성장했지만 전체 음반시장은 CD 등 전통적 매체 판매가 급속도로 줄어들면서 지속적으로 축소돼 왔다.
권혁범 기자 hb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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