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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성희의 막전막후] '사건발생 19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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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성희의 막전막후] '사건발생 1980'

입력
2007.05.21 2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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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적이지 못한 수상한 제목

1994년 <세가비백황파전> 을 시작으로 ‘연극 실험실 혜화동 1번지’의 역사는 시작되었다. 일상과 현실전, 공포연극전, 섹슈얼리티전, 권력유감전 등 다양한 이름 아래 동시대에 대한 발언과 장르 탐색을 이어간 극 예술가들의 종착 없는 릴레이가 오늘도 지속되고 있다.

‘한국 연극사적으로 유일한’ 연출가들의 동인제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혜화동 1번지 4기 동인들의 ‘미스터, 리가 수상하다’가 ‘미스터리’ 장르 탐구를 주제로 약 두 달 동안 다섯 편의 연극을 올렸다. 이제 극단 청국장의 <사건발생 1980> 이 그 마지막을 장식하고 있다(김한길 작ㆍ 연출).

<사건발생 1980> 은 수상한 제목이다. 1980년 생의 광주민중항쟁 이야기인가 짐작했건만 이를 여지없이 배반한다. 민중자서전 격으로 친정 엄마의 한스러운 세월이 전라도 사투리 안에서 구술 되긴 하지만 ‘광주’와는 한 줄도 내적 연관이 없다.

‘미스터리’라는 장르 탐색의 과제는 그리 성공적이지 못하다. 치밀한 서스펜스를 구축해가는 미스터리의 장르적 관습보다는 삶을 덮친 운명적 비의(悲意)에 관심이 기울어져 있다. 1980년 생 청춘의 미숙함으로 저지른 비밀의 추적이 서사의 출발이나 결국 모성 예찬으로 회귀한다. 제 속으로 낳지 않은 자식들까지 거두고 품느라고 뼈 마디가 녹은 한국판 억척 어멈에게 바치는 해원굿이 <사건발생 1980> 인 것이다. 전작 <장군슈퍼> 에서 보여준 테마의 자기 복제에 그치는가 싶어 아쉽다.

어찌 한 작가에게 깃든 원형질을 나무랄 수 있겠느냐 마는 무대 위 ‘지화(紙花) 피고, 꽃잎 지며, 담쟁이 담을 기어오르는’ 인생의 세 가지 서러운 시간을 기호화 해낼 줄 아는 그가 <사건발생 1980> 제목에서 관객이 읽을 법한 의미에 어찌 엇박을 놓는가 싶어 갸우뚱하다.

독일시인 하이네는 이렇게 썼다. “우리가 더 이상 고딕식 대성당을 지을 수 없는 이유는 대성당들은 신념(convictions)으로 지어졌고, 지금 우리가 가진 것이란 모두 견해(opinions)이기 때문이다.” 지난 세대와 젊은 세대의 연극하는 차이가 떠올려지는 대목이다. 연극실험실 혜화동 1번지. 27일까지.

극작ㆍ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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