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위 범 여권의 통합론이 어지럽기 짝이 없다. 어느 쪽은 대통합이라 하고, 또 한 쪽에서는 소통합 운운하며 논란을 벌이는데, 탈당한 대통령까지 깊이 개입했다. 왜, 무엇을 위한 통합인지는 여전히 뚜렷하지 않다. 명분이나 대 국민 설명력이 군색할 수밖에 없는 것이 당연하다.
집권 세력이 다가올 대선에서 정권을 잃게 생긴 데서 나온 편의주의적 궁리이기 때문이다. 어떻게 해서든 열린우리당이 존속하는 현행 정당 구도를 우회하겠다는 것, 구체적으로는 당 이름을 바꾸어 선거에 나가겠다는 위장술이라는 점에서 달라진 것은 하나도 없다.
가관인 것은 노무현 대통령의 한 마디 한 마디에 이리 저리 휩쓸리는 논란의 모양새다. 18일 광주에서 민주당과의 통합 논의를 '지역주의 회귀'라고 비판했던 노 대통령은 다음 날 "대의 때문에 분열되는 것은 옳지 않다"며 "대세를 잃는 정치를 하면 안 된다"고 발언의 뉘앙스를 달리했다. 이 말이 나오자 열린우리당 안에서는 대통령이 입장을 달리 해 민주당이 가담하는 통합을 지지하는 것으로 해석하는 분위기다.
그러면서 자신들을 배제하는 민주당의 통합론을 '기득권으로 총선에서 이득을 보고자 하는 소통합'이라고 비난했다. 열린우리당이 포함되면 대통합이라고 득의만만하지만, 당을 떠난 대통령의 말에 일희일비하는 처지가 안쓰러울 뿐이다.
우리가 보기에는 어느 쪽에서도 대소의 차이를 찾기 어렵다. 지역주의 정치를 타파하는 것이 정치 개혁이라면서 집권 초기 민주당을 박차고 나온 세력이 열린우리당이다. 그래 놓고 이제 집권 말기에 이르러 민주당과의 통합만이 옳은 길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니 말장난도 정도가 심하다.
노 대통령 말마따나 지역주의를 추구하는 이합집산이 아니라고 할 도리가 없다. 민주당이 열린우리당 탈당그룹과 추진하는 별도의 통합론 역시 열린우리당의 비세를 틈탄 지역주의의 몸집 불리기가 기본 뼈대다.
통합론의 실체는 이렇게 보잘 것 없고 취약하다. 하루는 '대의론', 다음 날은 '대세론'으로 덧칠하는 대통령의 말도 이런 점을 입증하는 것밖에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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