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 없어 공부 못하는 학생이 있어선 안돼요. 내 재산이 세상을 밝히는 법조인을 양성하는 밑거름이 됐으면 좋겠어요.”
평생을 홀로 살아 온 할머니가 대학에 거금의 장학금을 쾌척해 화제다. 한국외국어대는 21일 조명덕(74)씨가 지난달 9일 한국외대를 찾아 학교 발전에 써달라며 14억원 상당의 부동산을 기부했다고 밝혔다. 한국외대는 이날 법학관 내에 마련한 ‘조명덕 홀’ 제막식을 가졌다.
한국전쟁 때 여고생 신분으로 월남한 뒤 조씨가 힘들게 모은 재산을 선뜻 기부한 것은 자식처럼 아끼던 외대 법대가 법학관을 신축 개관한다는 소식을 듣고부터. 조씨의 외대 법대 사랑은 다시 199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헌법학자인 이강혁(72) 당시 외대 총장이 법률 자문을 해 주는 인연을 맺게 돼 법대에 관심을 갖게 됐고 대학의 법학 교육, 법대생에게 애정을 쏟게 됐다.
조씨는 그 당시 법을 몰라 평생 모은 돈으로 마련한 상가 건물을 날릴 위기에 처했지만 이 전 총장의 도움으로 재산을 보존했다. 이때부터 조씨는 매년 3,000만원씩 법대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기부했다.
조씨는 항상 ‘가난해서 공부하기 힘든 학생에게 장학금을 줘야 한다”는 조건을 달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학교 관계자는 “조 할머니는 형편이 어려운 고시생들을 자주 불러 밥과 고기를 사 주고 재충전 차원에서 오페라를 보여주기도 했다”고 말했다.
김정우기자 woo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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