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포럼을 연다며 남미로 여행을 떠났다가 물의를 빚은 공공기관 감사들이 어제 기획예산처로부터 출장경비 반납 및 직무실적 반영 처분과 함께 엄중 경고를 받았다.
기획처 조사 결과, 본인들의'투명한 해외연수'주장과 달리 추진과정과 목적, 일정 결정과 경비조달 등 모든 면이 부적절했던 것으로 드러났다.'낙하산 감사모임'의장이 임의로 해외연수를 결정한 뒤 여행사에'누이 좋고 매부 좋은'일정을 짜게 하고, 각 기관은 1,200만원 안팎의 경비를 군소리 없이 내줬다니 한마디로 어이가 없다.
기획처는 앞으로 공공기관 기관장과 감사가 해외연수나 출장을 갈 경우 주무부처에 사전에 보고하고, 그 결과를 홈페이지 등에 공개하는 제도도 도입하겠다고 한다. 하지만 이번 일에서 기획처가 생색낼 것은 하나도 없다.
권력 주변과 정치권 인사가 개입돼 있어 애매한 태도를 취하다가 여론의 비난이 빗발치고 청와대마저 강경쪽으로 선회하자 뒤늦게 호들갑을 떨었다는 지적이 오히려 더욱 많음을 잘 새겨야 한다.
사실 공직자의 해외여행 문제는 규정과 제도에 앞서 도덕과 양심의 문제로 보는 것이 옳다. 소수의'미꾸라지'로 인해 해외여행 자체가 복마전처럼 인식되지만, 목적과 일정이 분명하다면 해외에 나가 지식과 경험을 넓히는 것은 오히려 권장할 일이다. 서울 도봉구의회 김용석 의원의 경우(한국일보 21일자 6면)는 좋은 사례다.
그는 올해 1월 동료의원 6명과 함께 일본을 방문하면서 사전에 연수일정과 동선, 연수기획안을 인터넷을 통해 주민들에게 낱낱이 공개했다.
기획안은 두 달에 걸친 전문가 토론과 자료 수집으로 만들어졌다. 귀국 후 개인블로그에 연재한 6차례의 보고서는 방문도시의 주민참여행정을 도봉구에 어떻게 접목할 것인가를 고민하며 해결책을 모색한 한 편의 논문이다. 대필ㆍ부실ㆍ표절로 얼룩진 대부분의 해외여행 보고서와는 차원이 다르다.
그런 노력이 올해 36세인 그를 벌써 3선고지에 올려놓은 원동력이다. 그의 공복의식을 벤치 마킹하는 것만으로도 공기업 문제의 90%는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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