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의 과도한 자금조달 경쟁과 대출쏠림 현상이 도를 넘었다는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얼마 전 윤증현 금융감독위원장이 시중은행의 외형 부풀리기식 과당경쟁에 휘슬을 불더니, 엊그제는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가 자금시장의 왜곡이 초래할 금융시스템의 위험을 걱정하고 나섰다.
양도성예금증서(CD) 발행 확대 등을 통한 대출재원 조달이 시장금리 인상으로 연결되고, 이로써 가중된 가계와 중소기업의 상환부담 가중이 금융부실을 낳을 수 있다는 최악 시나리오의 현실화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할 정도다.
은행권의 치열한 자금조달 경쟁은 올들어 12조원 이상 늘어 79조원에 이른 CD 발행 잔액에서 잘 드러난다. 이로 인해 지난 주 CD 금리는 5년래 최고인 5.07%로 올랐고, 이에 연동되는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이번 주 7.38%까지 인상될 것이라고 한다.
문제는 은행권이 대출자산을 늘리기 위해 '치킨 게임식' 영업을 멈추지 않는 점이다. 한은 총재가 "CD 같은 시장성 수신을 자제하고 예금을 늘리거나 대출을 줄여 균형을 맞추라"고 촉구해도 귀에 와 닿지 않는다.
은행권은 정부의 과잉유동성 축소와 주택담보대출 억제 방침에 책임을 돌린다. 지준율 인상과 외화차입 규제로 인해 대출 재원이 부족하니 CD를 많이 발행해야 하고, 가계대출이 제한되니 중소기업 쪽에서 출구를 찾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요구불예금 등 저원가성 예금이 증권사의 종합자산 관리계좌로 급속히 빠져나가는 것도 은행권이 '비싸게 사더라도 더 비싸게 팔면 된다'는 구태영업에 매달리게 하는 요인이다.
하지만 이런 무모한 경쟁과 염치없는 장사가 지속할 수 없다는 것은 은행권 스스로 더 잘 알 것이다. 본인들은 "경기상황을 예의 주시하며 위험 관리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말하지만, 예대마진과 수수료 등 '푼돈'으로 연 1조원 이상의 이익을 내온 '잡식성'으로 미루어 믿기 어렵다.
금융당국도 경보만 발동할 게 아니라 건전성 감독 강화 등 행동에 나서야 한다. 막힌 곳은 뚫어주는 당근도 물론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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