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위기 직후만 해도 직장인 자산증식의 지렛대는 고금리였다. 은행 고금리 상품으로 종자돈을 모은 뒤 부동산을 사서 돈을 불리는 식이었다. 나이가 들면 부동산으로 불린 돈을 다시 고금리 상품에 넣어 노후를 대비했다.
그러다 2002년 이후 저금리가 본격화하고 부동산가격이 급등하자 자산증식의 중심은 부동산투자로 급선회했다. 고금리 공식이 깨진 대신 '부동산 불패신화'가 현실로 입증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금리가 정상 수준을 되찾고 부동산 시장이 안정되면서 이 같은 자산증식 패러다임이 또 한번의 전환기를 맞고 있다. 투자 지식이 풍부한 20대를 중심으로 장기 증권투자로 자산을 불리고 노후를 대비하려는 성숙한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는 것이다.
20일 본보가 미래에셋투자교육연구소와 공동으로 삼성, LG, 현대차, SK, 포스코 등 비금융권 5대 그룹과 국민은행, 신한은행, LG카드, 증권선물거래소, 한국자산관리공사 등 금융권 5개 기업에 근무하는 20~40대 직장인 308명을 대상으로 자산관리 방식에 대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증권투자가 부동산투자를 제치고 향후 가장 효과적인 자산증식 수단으로 조사됐다.
부동산을 가장 효과적인 자산증식 수단으로 꼽은 직장인이 32.2%였던 반면, 증권투자를 꼽은 응답자는 47.2%에 달했다.
20대의 경우 67.4%가 증권투자를 가장 효과적인 자산증식 수단으로 꼽았고, 부동산은 27.4%에 불과했다. 미래 자산시장 향방의 열쇠를 쥔 이들이 부동산 대신 증권을 선택했다는 것은 의미심장한 대목이다.
강창희 미래에셋투자교육연구소장은 "20대는 최근 수년간 부동산투자의 흥망(興亡)을 지켜봤고, 동시에 자산증식을 위해 이론적으로 무장하고 있다"며 "자산증식의 중심이 증권으로 이동 중임을 보여주는 결과"라고 말했다.
40대 역시 증권투자를 가장 효과적인 자산증식 수단으로 꼽은 비율(55.4%)이 부동산(41.7%)보다 많았다. 증권투자를 통해 본격적인 노후 대비에 나서겠다는 의사로 보인다.
다만 30대는 부동산(46.9%)이 증권투자(45.2%)보다 조금 높게 나타났는데, 이는 내집 마련이 가장 절실한 세대로서 최근의 부동산 격동기에 집값 부침에 따른 고수익과 좌절을 절감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증권투자 문화도 더 성숙해지고 있다. 젊은 층일수록 직접투자보다 간접투자가 대세로 자리잡고 있다. 간접투자를 더 선호한다는 응답이 40대는 54%였으나 30대는 65%, 20대는 68.0%에 달했다.
실제 20대는 '현재 펀드에 투자하고 있다'는 응답(70.2%)이 '직접 투자를 하고 있다'는 응답(22.3%)보다 압도적으로 많았다. 강 소장은 "부동산에서 증권으로, 직접투자에서 간접투자로 자산증식의 지형이 근본적으로 변화하고 있음이 이번 조사를 통해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유병률기자 bryu@hk.co.kr전성철기자 foryo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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