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한국형 벤처그룹을 실험하겠습니다. 목표는 디지털 콘텐츠 그룹입니다.”
벤처기업들이 새로운 실험에 나섰다. 여러 벤처기업들이 대기업처럼 하나의 그룹을 이뤄 다양한 사업에 함께 참여하는 것이다. 중심에 선 인물이 UC그룹의 이승훈(사진) 대표다.
이 대표는 지난해부터 시스템통합(SI)업체인 UC아이콜스, 무선인터넷업체인 신지소프트와 구름커뮤니케이션, 온라인게임 및 동영상개발업체인 수달앤컴퍼니, 큐론, 나노박스, 케이블TV채널인 동아TV, 시네마TV, 채널V 등 9개 기업을 UC그룹이라는 이름으로 묶었다.
그는 “큰 사업을 여러 개의 기업이 공동 진행하면서 비즈니스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며 “대량 공급 등 대기업들이 할 수 있는 규모의 경제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특히 국내보다 해외사업에서 그룹화의 장점이 빛난다. 특수 휴대폰 개발이 그렇다.
특수 휴대폰이란 대기업에서 만들 수 없는 특별한 용도의 신개념 휴대폰. UC아이콜스가 기획 및 수출을 맡고, 신지소프트 등이 개발한 세계 유일의 ‘GSM 듀얼폰’은 2개의 휴대폰이 앞뒤로 붙어있다.
유럽의 경우 사업 및 개인용으로 휴대폰을 2개씩 들고 다니는 경우가 많아서 이를 하나로 합친 제품이다. 이 달초 개발이 끝나 레바논의 휴대폰 제조업체인 WND텔레폰에 234만달러 규모가 수출됐다.
자판을 자유롭게 구성할 수 있는 신형 휴대폰 ‘아톰’은 7월말 WND텔레폰을 통해 중동, 아프리카, 유럽에 공급될 예정이다.
최근에는 중국 및 동남아 시장도 뚫었다. 중국 휴대폰 제조업체인 링고버드 및 인도네시아 이동통신업체를 상대로 무선인터넷 솔루션 수출이 성사단계에 이르렀다.
이 대표는 “링고버드가 공급 예정인 1억대 휴대폰에 무선인터넷 플랫폼을 공급하는 사업과 4,000만명 가입자를 거느린 인도네시아 이동통신업체에 무선인터넷 솔루션 수출을 추진중”이라며 “UC아이콜스가 기획 및 수출을 맡고 신지소프트, 구름커뮤니케이션 등이 참여한다”고 설명했다.
아시아 시장개척을 위해 이 달 말에는 UC글로벌이라는 이름으로 아시아 별도법인을 홍콩에 설립한다. 이곳에서 그룹 관계사들의 아시아지역 비즈니스를 총괄하게 된다.
뿐만 아니라 특수 안경을 쓰지 않고도 입체 영상을 볼 수 있는 3차원 디스플레이 패널과 관련 콘텐츠를 개발, 6월 중 국내외에 선보일 계획이다.
이 대표는 “나노박스, 신지소프트, UC아이콜스 등이 사업을 함께 진행했다”며 “국내외 휴대폰, 컴퓨터, TV제조업체에 패널을 공급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 대표의 벤처 그룹화에 대해선 단순히 기업을 사고 팔아 수익만 챙기고 빠지는 ‘머니게임’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이에 대해 이 대표는 “그런 오해를 벗기 위해 직원들과 특별한 협약을 맺었다”고 말했다. 이 대표 등 대주주가 주식을 팔면 회사에 50%를 내놓고 40%를 사회단체에 기부하겠다는 내용을 문서화한 것.
이 대표의 자신감과 추진력은 과거 학생운동 경험에서 비롯됐다.
그는 2000년 한양대 총학생회장을 맡아 힘든 시절을 보냈다. 그는 “학생운동 끝물이어서 운동권이 사분오열되는 모습을 지켜보며 상처를 많이 받고 임기를 마쳤다”며 “세상을 좋게 만들려고 뛰어들었는데 조직사회의 이전투구 모습을 보게돼 씁쓸했다”고 털어놓았다.
결국 “다시는 노선 싸움을 하지 않겠다”는 결심을 하고 사업가의 길을 걷게 됐다.
졸업후 친구인 허민 전 서울대 총학생회장의 권유로 게임개발사인 네오폴에 몸담았다가 2003년 콘텐츠 개발업체인 구름커뮤니케이션을 창업했다.
다행히 휴대폰 콘텐츠 및 게임개발 등의 사업이 잘돼 3년간 줄곧 흑자를 냈다. 덕분에 2006년 아이콜스를 인수하며 UC그룹을 만들게 됐다.
그는 “힘들어서 후회한 적도 있지만 사업에 뛰어든 것은 잘한 일”이라며 “올해 2,000억원의 그룹 매출을 올려 한국형 벤처그룹의 베스트 사례를 만들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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