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말로만 듣던 세입자의 설움을 우리 대사관이 겪을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서울 용산구 동빙고동의 한 건물에 세들어 있는 주한 루마니아 대사관의 발레리오 아르테니 대사는 건물주로부터 임대료를 50% 올려달라는 말에 깜짝 놀랐다. '못 올려주면 재계약을 하지 않을 테니 나가달라'는 통보에 지난 몇 달간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아르테니 대사는 2003년 부임 때부터 사용한 대사관을 옮기는 것은 어렵다고 판단해 외교통상부와 여러 지인들에 도움을 요청했으나 별다른 해결책을 얻지 못했다. 건물주인이 세입자와 계약기간이 끝나 재계약을 거부하는 것은, 그 누구도 어떻게 해볼 수가 없었던 것이다.
대사관은 빈 협약상 외교공관 불가침 특권을 누리고 있기 때문에 건물주가 루마니아 대사관을 강제로 쫓아낼 수는 없다. 그렇다고 남의 사유재산을 함부로 점유할 수는 없다. 고민 끝에 아르테니 대사는 최근 건물주와의 힘든 싸움을 포기하고 땅값이 싼 곳에 새로운 대사관 자리를 물색키로 했다. 주인과 극단적인 대치 상황으로까지 가기를 원치 않았던 것이다.
그러나 아르테니 대사는 한국정부 관계자 그리고 건물 주인에 섭섭한 마음을 감추지 않았다. "이번 일은 지난 4년간 한국에서 겪은 유일한 악몽으로 남을 것"이라고 했다.
새 대사관의 선정에서부터 이사 비용까지 생각하면 그는 벌써부터 머리가 아프다. 대사관 부지를 사들여 번듯하게 건물을 짓고 근무하는 다른 국가들을 보면 몹시 부럽다.
루마니아 대사관이 처한 일은 최근 종부세 부과로 논란이 된 주한 프랑스 대사관 직원의 숙소를 프랑스 정부가 왜 임대가 아닌 정부 소유로 매입했는지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
일방적인 임대료 인상도 피하고, 이사 갈 필요 없이 안정적으로 사용할 수 있으니 더할 나위 없이 좋다. 물론 종부세 같이 예상치 못한 세금 부과로 골치 아픈 점도 있다.
현재 주한 외국 대사관과 관련 건물은 거의 대부분 임대다.
윤원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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