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우리 나이로 아흔인 재불 화가 이성자씨가 갤러리 현대의 초대로 개인전 <우주의 노래> 를 열고 있다. 한국에서는 여덟 번째, 햇수로는 9년 만인 이번 전시는 1990년부터 올해까지 그린 그림 50여 점을 선보이고 있다. 우주의>
최근작 <우주> 시리즈에서는 밝고 화사한 화면에 색색의 물방울 수 천 개가 하늘로 떠올라 환희에 찬 우주를 유영하고 있다. <화성에 있는 나의 오두막> 등 시적인 제목이 붙어 있다. 거기에 등장하는, 쪼개진 둥근 거울처럼 마주 보는 두 개의 반원꼴은 프랑스 남부 투레트에 있는 그의 작업실 모양이다. 사람이 많지 않고 밤마다 별이 쏟아지는 그 곳에서, 그가 그림으로 우주에 지은 오두막은 페가수스, 처녀자리, 화성 등 여러 곳에 있다. 화성에> 우주>
그는 1951년 파리로 갔다. 미술 교육을 받아본 적이 없고, 의사의 아내로 살던 그가 아무 연고도 없는 프랑스로 떠난 것은, 가정불화로 어린 자녀들을 빼앗기자 ‘살기 위해’ 선택한 일이었다. 두고 온 아이들이 눈에 밟힐 때마다 “그림 열심히 그리는 게 아이들 먹이고 키우는 것이라고 최면을 걸면서” 몰두한 결과, 5년 만에 첫 개인전을 하고 파리 최고의 화랑인 샤르팡티에 초대전도 했다. 이역에서 그가 거둔 성과는 1965년 첫 귀국전을 통해 본격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그는 지금도 기분이 좋고 몸이 편하면 하루 여섯 시간씩 작업을 한다. 지난해는 유럽에서 전시를 다섯 개나 했다. “봄이 되어 꽃이 피고 새 잎이 나면서부터 어찌나 기분이 좋은지, 요즘은 뭐든 아름답고 즐겁고 먹는 것마다 맛있는 것이 스무 살 처녀로 돌아간 것 같다”고 말한다. “그림 그리는 게 얼마나 재미있는지 모른다. 살아있는 한 계속 그릴 것”이라는 그는 아흔 살의 아름다운 현역이다. 전시는 6월 10일까지. (02)734-6111
오미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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