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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충성 위기'에 싸인 중국 공산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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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충성 위기'에 싸인 중국 공산당

입력
2007.05.20 2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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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공산당이 충성의 위기에 봉착했다. 중국을 비판적으로 보는 외부에서 나온 진단이 아니다. 중국 공산당 내부에서 나오는 목소리이다.

중국 공산당을 대변하는 잡지 치우스(求是)의 5월 1일자 호는 "소수 당원은 당에 대한 충성도가 흔들리고 있으며 점차 약해지고 있다"고 고백했다. 잡지는 "심지어 일부 당원은 마르크스 레닌주의가 아닌 미신을 신봉하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개탄했다.

● 마르크스주의보다 미신이 득세

이 진단은 쉽게 증명된다. 법관 비리가 끊이지 않던 중국 선전 중급법원이 최근 풍수(風水) 전문가를 고용해 건물 개수 공사를 벌였다. 법원 입구 계단 수가 불길한 숫자 11이어서 아홉 계단으로 줄이고 액운을 막는 사자상도 세웠다고 한다.

주간지 난팡저우모(南方週末)는 공직자 절반이 점, 관상, 해몽 등을 믿는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전했다. 국가행정학원 연구원이 현(縣) 과장급 공무원을 조사한 결과 점, 관상 등을 믿지 않는다는 공직자들은 전체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특히 관상을 믿는 공직자의 비율은 일반인의 비율을 상회했다.

이 주간지가 취재한 구진도인(九眞道人)이라는 도사는 "충칭(重慶)시의 요청으로 큰 사업의 성공을 비는 기원을 올린 적이 있다"고 말했다.

분명 중국 공산당이 이념적 리더십을 잃고 있으며, 당원 기강에 상당한 문제가 있다. 마르크스주의나 마오이즘은 당원들의 마음에서 떠났고, 그 자리를 민간신앙과 배금의식이 차지하고 있다.

끊임없이 터지는 당정 고위직의 비리는 이를 증명한다. 그래서 미국의 대표적인 중국 전문가 윌리 램은 최근 "중국 공산당은 1989년 티엔안먼(天安門) 사태 이후 최대의 신뢰성(충성)의 위기를 겪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 지도부가 내놓은 대책은 사장 무장을 강조하는 이데올로기적 치료다. 후진타오(胡錦濤) 주석은 지방 순시 등을 할 때마다 "의식을 고양해 고난을 이겨야 한다"라는 식의 발언만을 한다. 후 주석 집권 4년 반 동안에 나온 '과학적 세계관' 등 이념적 슬로건들이 13년 집권기간의 장쩌민(江澤民) 시대보다 많은 것은 우연이 아니다.

물론 지도부는 존경 받는 공산당원상을 복원하기 위해 눈물겨운 노력을 진행하고 있다. 올해 초 당 간부 가족들의 이권사업 관여를 금지한 데 이어, 지난달에는 첩을 두는 등 부도덕적 생활을 하면 당직과 공직에서 추방한다는 강력한 윤리규정도 공표했다. 강력한 부패수사기구도 곧 설립한다. 하지만 이들 조치가 실효를 거둘지는 미지수다.

● 사상 무장만으론 해결 어려워

얼마 전 셰타오(謝韜) 전 인민대 부총장은 중국의 지향해야 할 정치체제로 노르웨이식 사회민주주의라며 정치개혁을 제안했다. 도덕재무장 정도로는 현 위기를 극복하기 어렵고 정치체제 전반을 개혁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라는 주장이다.

주식 시장이 연일 폭등하면서 경제 거품을 제거하려는 중국 정부의 잰 걸음은 빨라지고 있다. 하지만 눈에 잘 보이지 않는 정치의 거품에 대해서는 이렇다 할 개혁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이영섭 베이징 특파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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