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다시 정치권을 향해 포문을 열었다. 지역주의 심판론을 강조하며 범 여권의 ‘도로민주당’식 통합움직임을 비판했고, “군사정권의 업적은 남의 기회를 박탈해 이룬 것”이라고 한나라당을 축으로 하는 보수진영을 공격했다.
노 대통령은 18일 5ㆍ18 민주화운동 27주년 기념식에 참석, “여러분이 대통령의 중책을 맡긴 것은 내가 일관되게 지역주의에 맞서왔기 때문”이라며 “(그러나) 아직도 정치에 지역주의가 살아있고, (지역주의로의) 후퇴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지역주의는 일부 정치인에게만 이로울 뿐”이라며 “지역주의를 극복하지 않고는 정치부패를 반복하는 정치가 없어지기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노 대통령은 또 “아직 나는 (지역주의 해소를 위한) 책임을 다하지 못했으나, 힘이 더 남아 있는 것 같지 않아 안타깝다”며 “이제 다시 국민 여러분의 몫으로 돌아가는 것 같다. 국민의 깊은 헤아림이 필요한 때”라고 덧붙였다.
이 발언은 열린우리당 해체 후 지역 색이 강한 민주당과 통합하려는 움직임에 대한 반대인 동시에 이를 주도하는 김근태, 정동영 두 전 의장을 비판한 것으로 해석된다.
‘호남 정서’의 심장부인 광주에서 지역주의 타파를 호소함으로써 이 같은 통합시도를 무산시키려는 의도라는 지적이다.
노 대통령은 이와 함께 “민주세력임을 자처하는 사람 중에도 민주세력이 무능하다거나 실패했다는 말을 하는 사람들이 있어 민망한 노릇이 아닐 수 없다”고 참여정부 실패론에 동조하는 여권 내 비노 세력을 겨냥했다.
그는 이어 “군사독재가 유능하고 성공했다는 것이냐”라며 “민주세력은 모든 면에서 역사의 진보를 이루어가고 있다”고 반박했다.
노 대통령은 “군사정권의 업적은 부당하게 남의 기회를 박탈하여 이룬 것”이라며 “그 업적이 독재가 아니고는 불가능했었다는 논리는 증명할 수 없으며, 그런 논리는 우리 국민의 역량을 무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군사정권의 후신인 한나라당에 대한 공세다.
염영남 기자 liber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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