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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0만 美불법체류자 정착 길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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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0만 美불법체류자 정착 길 열렸다

입력
2007.05.18 2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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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내 1,200만명의 불법체류자들이 합법적 이민자 지위를 얻을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미 상원의 민주, 공화 양당과 백악관은 17일 국경 경비와 밀입국자 단속을 대폭 강화하는 대신 1,20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되는 불법이민자들 대다수에게 합법적 신분을 부여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포괄적 이민개혁법안에 전격 합의했다.

미 언론들은 이 같은 합의가 실제로 상하 양원을 통과, 법률로 제정될 경우 20년 만에 이뤄진 가장 획기적인 이민정책 변화가 될 것으로 평가했다.

법안에 따르면 불법이민자들에 대한 합법적 신분 부여는 연장이 가능한 4년짜리'Z 비자'의 발급을 통해 이뤄진다. 불법이민자들은 벌금 5,000달러를 납부하고 Z비자를 발급 받아 출신국으로 돌아갔다가 재입국하면 영주권 신청 자격을 얻게 된다.

불법이민자들이 이 같은 프로그램을 통해 영주권을 받기까지는 8년, 시민권을 취득하는 데에는 최장 13년이 걸릴 것으로 추산된다.

이와는 별도로 미 경제의 인력수급을 고려해 매년 40만~60만명의 새로운 노동자를 미국에 받아들이는 '초청 노동자'(Guest Worker) 프로그램도 합의 사항에 포함됐다. 농업에 일정 기간 고용된 불법 체류자는 미국 밖으로 나가지 않고도 영주권을 주는 프로그램도 운용된다.

이민개혁법안은 또 합법적 이민과 관련, 가족초청 이민을 축소하는 대신 영어나 교육, 기술 등 미국 이민 준비사항을 점수화해 이를 토대로 이민을 허가하는 새로운 시스템을 구축키로 했다.

이민개혁법안은 또 미국과 멕시코 국경지역에 첨단 감시장치를 설치하고 순찰을 강화해 불법이민자의 유입을 차단하도록 하는 내용도 담고 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국경 경비에 도움이 되는 동시에 사람들을 존엄하게 다루는 데 똑같은 중요성을 두고있다"고 강조했다.

이민개혁법안을 주도해온 민주당의 에드워드 케네디, 공화당의 존 킬 상원의원은 "수백만명의 불법이민자를 음지에서 양지로 끌어내고 국경 경비를 강화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마련하게 됐다"고 평가했다.

양당의 이 같은 초당적 합의는 민주당이 그동안 요구해온 불법체류자 합법화 프로그램이 관철되고, 공화당엔 글로벌 경제에서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새 이민시스템 도입이라는 선물을 안겨주면서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미 상원은 지난해에도 1,200만명의 불법 이민자를 체류기간에 따라 세 범주로 나눠 구제하고, 합법 이민의 문호를 3배 이상 확대하는 내용의 포괄적 이민개혁법을 추진했으나 공화당이 지배하던 하원에서 부결된 바 있다.

합의된 법안의 상원 통과 전망은 상대적으로 밝은 편이나 해리 리드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 등 일부 지도급 의원들이 반대 입장을 표명, 내주부터 본격화할 상원 심의 과정에서 일부 내용이 수정될 가능성도 있다.

불법 체류자 합법화에 반대하는 쪽은 이번 합의가 범법자에게 사실상의 사면권을 부여하는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고, 진보진영에서는 합법화 자격을 강화한 새 이민 시스템은 차별적 요소가 강하다며 반대의사를 밝히고 있다.

특히 이번 법안이 대선을 앞두고 불법체류자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멕시칸 등 남미계에게 유리하게 마련됐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한인 체류자들은 일용직 노동자들이 대부분인 남미계와 달리 본국으로 돌아갔다 오기 어려운 자영자들이 대부분이어서 이번 법안이 지난해 부결된 법안보다 불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고태성 특파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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