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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zine Free/ 떠나자 - 한국 茶의 고향 '하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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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zine Free/ 떠나자 - 한국 茶의 고향 '하동'

입력
2007.05.17 2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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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봄이 지나간 섬진강변에는 지금 초록이 넘실거린다. 곧 누렇게 익을 청보리가 마지막 초록을 출렁이며 봄빛을 부수고, 나무마다 돋은 신록이 지난 4월 황홀했던 꽃들 이상으로 곱게 물들었다. 경남 하동은 산(지리산)과 바다(남해), 강(섬진강)을 한데 품은 천혜의 경승지. 산 깊고 물 맑은 하동 땅으로 초록 사냥에 나섰다.

쌍계사 가는 십리벚꽃길을 들어가 만난 화개골 산비탈은 온통 초록 융단이다. 차나무, 차밭이다. 연두빛 신록 위로 오월 햇살 무르익으면서 차밭은 지금 햇차를 따는 손길로 무척 바쁘다.

하동의 차역사는 1,000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삼국사기를 보면 신라 흥덕왕 3년(828년) 당나라 사신으로 갔던 김대렴이 차나무 종자를 가져와 지리산 자락에 심었다고 한다. 하동군은 김대렴의 차나무를 처음 심은 곳이 바로 이곳 하동군 화개골이라 이야기한다. 기후나 토양 등 차가 자랄 수 있는 여건을 보면 이곳이 유력하기 때문이다. 또 화개골에는 수령 1,000년으로 추정되는 차나무가 살아있어 차 시배지의 주장을 뒷받침한다.

지리산에서 남으로 뻗은 몇 안되는 골짜기중 하나인 화개골은 호리병 모양으로 남쪽에서 들어온 따뜻한 공기를 오래 머물게 한다. 연간 1,800mm에 달하는 강수량도 차가 필요한 수분을 충분히 공급해준다. 자갈이 많은 풍화토 지형이라 차나무가 2, 3m 이상 깊게 뿌리를 박아 땅속의 영양성분을 고르게 흡수할 수 있다고 한다.

보성의 녹차밭이 산자락을 타고 긴 초록뱀이 열지어 기어가는듯한 통일감을 주는 디자인이라면, 급경사의 산비탈에 듬성듬성 쿠션마냥 한 두 그루씩 봉긋 솟은 하동의 차나무 밭에선 비정형의 미를 발견할 수 있다.

하동의 차는 비싸다. 기계화한 다른 지역의 차와 달리 대량생산 대신 가내 수작업 형태의 고급차 생산에 주력하기 때문이다. 추사 김정희가 ‘중국의 최고차인 승설차 보다 낫다’고 했고, 초의선사가 ‘신선같은 풍모와 고결한 자태는 그 종자부터 다르다’고 격찬했던 차가 하동의 차다.

화개동천 계곡을 낀 산비탈에 밀집해 자라는 차나무 주변엔 대나무가 큰 숲을 이루고 있다. 대밭의 아침이슬을 머금고 자란 이곳 차나무는 ‘죽로차(竹露茶)’란 멋진 별명을 얻기도 했다. 계곡을 따라 늘어선 많은 다원에서는 무쇠솥에서 덖고, 멍석 위에서 손으로 비벼 만든 수제차를 사거나 맛볼 수 있다.

화개골에서 나와 섬진강을 따라 남쪽으로 10여분 달리면 갑자기 넓어진 들판과 만난다. 대하소설 <토지> 의 주무대인 악양면 평사리의 너른 벌판, ‘악양무딤들’이다. 들판은 넓기도 하거니와 지리산 골짜기 까지 깊숙이 뻗어있어 ‘거지가 밥동냥을 하며 다 돌려면 1년이 걸린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경지 정리 잘된 벌판은 지금 몬드리안의 추상을 보듯 청보리밭과 보랏빛 자운영꽃밭이 만들어내는 색의 조화로 황홀하다. 자운영은 겨울철 소먹이로 논에 심었던 한해살이 풀. 모내기를 앞두고 갈아엎으면 자연스레 퇴비가 돼 친환경농법으로 이용되고 있다.

자운영과 함께 바람결에 눈부신 빛의 물결을 일으키는 청보리밭도 지금 가장 짙고 풍성하다. 들판 한가운데 부부 소나무 두 그루 서있어 들판 위 허공으로 달아나려는 시선을 붙들어맨다.

악양들판을 한 눈에 담고 싶다면 고소산성에 올라보자. 섬진강과 어우러진 악양벌이 넉넉하게 가슴으로 들어온다. 고소산성은 삼국시대에 쌓은 성으로 백제군과 나당연합군이 격돌했던 곳이다. 패러글라이딩 활공장으로 변한 형제봉(해발 1,115m) 정상에서도 악양들판을 감상할 수 있다.

이성원 기자 sungwon@hk.co.kr

■ 다향이 가득한 5월 '하동 야생차 축제'

5월의 하동은 다향(茶香) 가득하다. 20일까지 화개면 차문화센터 일원과 진교면 사기아름마을에서 제12회 하동야생차문화축제가 열린다.

‘왕의 녹차, 이젠 당신이 왕입니다’라는 주제로 열리는 이번 축제는 한국 최고(最古) 차나무 헌다례를 시작으로 대렴공 가장행렬, 세계 명차전 등 7분야, 120여 가지 행사로 꾸며진다. 찻잎 따기, 찻사발 만들기, 차 마시기, 전통 다구 만들기 등 다양한 체험행사가 열리고, 전통 찻사발과 차나무 전시 및 판매, 야생차 베개 전시, 야생차 서예전 등 전시행사도 준비됐다. 전통 생활다례, 선비다례, 규방다례, 사선 화랑다례, 들차회 등 각종 시연행사도 열린다.

이번 축제의 하이라이트는 1,000년 된 차나무에서 얻은 햇차 ‘천년차’를 음미하는 시음행사. 일반인이 참여하는 프로그램이다. 곡우 직전 이 차나무에서 수확하는 잎의 무게는 1kg. 이 잎을 덖어 완성된 녹차는 200g에 불과하다. 하동군은 이중 100g을 확보해 축제기간 일반인에게 시음 기회를 제공한다. 참가비 3만원.

직접 차를 덖고 비비고 말리며 한시간 안에 자신의 차를 만드는 ‘내가 만든 왕의 녹차’(참가비 3,000원)는 인기있는 체험코스다. 축제 기간 하동에서는 차와 관련된 제품을 최고 30%까지 싸게 구입할 수 있다. 하동군 문화관광과 (055)880-2376

■ 여행수첩/ 한국 茶의 고향 '하동'

서울에서 경부고속도로나 중부고속도로를 타고 호남고속도로로 진입한 후 전주 IC에서 임실-남원-구례를 지나 달리면 화개장터와 악양들판이 나타난다.

대전-통영간 고속도로 함양분기점에서 88고속도로로 갈아탄 후 남원IC에서 19번 국도를 타도 된다. 5시간 정도 걸린다. 화개장터에서 쌍계사 방향으로 진입하면 화개골이다.

하동의 별미는 섬진강 재첩. 얼마 전 일부 판매상이 중국의 종패를 들여와 섬진강에 풀어놨다가 거둬 섬진강 재첩으로 판다는 보도 이후 섬진강 재첩의 명성이 크게 훼손됐다.

하동군은 잃어버린 신뢰를 되찾기 위해 ‘섬진강 재첩 취급 모범음식점’ 20곳을 지정 발표했다. 군이 보증하는 곳들로 ‘수입 재첩일까 아닐까’ 하는 걱정 없이 재첩을 맛볼 수 있다.

흥룡리의 달마가든, 화심리의 섬진강횟집 고향산천 이화가든, 광평리의 동흥재첩국 대나무집식당 소문난재첩국집, 읍내리의 한다사식당 하동전골 송림가든 하동포구팔십리, 목도리의 하동원할매재첩식당, 신월리의 신뱅재첩회식당, 전도리의 원조강변할매재첩식당 원조나루터재첩식당 동방회재첩식당 섬진강식당 물방골식당 하동아지매재첩식당, 계천리의 돈토식당 등이다.

화개골 안쪽으로 깊숙하게 들어가면 쌍계사의 말사인 칠불암이 있다.

소담스러운 암자를 상상했다면 실망할 수 있다. 암자이지만 당우가 10여 동이 넘었던 큰 절로 금강산의 마하연선원과 더불어 한국불교의 2대 선원으로 이름이 드높던 곳이다.

이곳에는 ‘아자방(亞子房)’이 있다. 방 안이 아(亞)자 형태로 이뤄졌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방 안 사방의 네 귀퉁이가 스님들이 참선하는 공간이다. 이 아자방은 온돌의 신비가 숨어있는 곳으로 한번 불을 때면 40일간 온기가 가시지 않았다. 임진왜란때도 소실을 면했던 아자방은 안타깝게도 여순반란사건때 전소됐다.

1980년대 한 장인이 조심스레 복원했는데 지금은 40일까지는 안돼도 한 20여일 까지는 온기를 담아낸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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