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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인승 자전거 몸 실어 부부가 10년 세계일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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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인승 자전거 몸 실어 부부가 10년 세계일주

입력
2007.05.16 2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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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하면 총이 생각나고 아프리카 하면 가난과 지저분함이 떠오릅니다. 남편은 2인승 자전거를 타는 거니까 당신은 뒷자리에 앉아 있다가 오르막길 오를 때 페달만 밟으면 된다고 나를 꾀었습니다.”

1997년부터 2인승 자전거로 지구를 누빈 일본인 부부가 무려 88개국 여행을 마치고 6월 초 대만에서 10년간의 세계일주를 마무리한다고 dpa통신이 16일 보도했다.

다마가와(玉川)대학 시절부터 사이클링에 푹 빠진 남편 우쓰노미야 가즈나리(宇都宮一成ㆍ39)씨가 부인 도모코(40)와 함께 세계일주에 도전한 것은 1997년 6월 1일. 사무직 회사원으로 자전거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고, 외국에 가서 낯선 사람 만나는 것조차 겁냈던 부인은 “남편의 꿈이라면” 하고 고생길이 뻔한 대장정에 흔쾌히 동행했다.

도쿄(東京)에서 비행기로 미국 알래스카에 내린 우쓰노미야 부부는 캐나다와 미국, 멕시코 북부까지 북미를 누빈 뒤, 뉴질랜드, 호주, 남미, 유럽, 중동, 동남아시아를 거쳐 5일 필리핀에서 대만으로 건너왔다. 나라를 이동할 때는 자전거를 분해해 배나 항공기의 탁송화물로 옮겼다.

“하루 10달러로 살았습니다. 미국을 여행하는 6개월 동안 호텔에 묵은 건 단 한번뿐이었었습니다. 아침과 점심은 빵으로 때웠고 저녁에는 통조림만 먹었습니다.” 옷은 기워 입고 자전거가 고장 나면 직접 고칠 수밖에 없었다.

티베트의 해발 5,000m 고원에서 지독한 감기에 걸렸는가 하면 나미비아 사막의 숨막히는 열기도 견뎌야 했다. 슬로베니아에서는 영하 15도의 혹한 속에서 텐트 잠을 청했다. 부부는 10년 여행 동안 딱 4번 일본으로 돌아와 2, 3개월 쉬었다.

도모코씨는 “여행을 하면서 일본처럼 바쁜 일상과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생활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배웠다”면서 “우리의 여행은 스트레스에 찬 도쿄(東京) 생활에 대한 일종의 반항이었다”고 말했다. 대만을 마지막 여행지로 택한 것은 1999년 뉴질랜드를 여행하던 중 역시 자전거로 현지를 여행하던 대만의 린쑨칭씨와 치앙신칭씨를 만난 것이 계기다. 두 사람이 우쓰노미야 부부를 대만으로 초청했고, 부부는 대만여행이 끝나는 대로 6월 5일 배편으로 일본으로 돌아간다.

“수많은 사람을 만났고 아름다운 곳도 많이 가봤습니다. 남편과 길 위에 있을 때 행복했고 그 동안 겪은 어려움은 모두 그럴만한 가치가 있었습니다.” 도모코씨는 “몇 년 안에 다시 해외 자전거여행에 나설지 모른다”고 말했다.

미국 캘리포니아(1998년 2월)

김범수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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