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미술대전은 국내에서 가장 크고 가장 오래 된 미술공모전이다. 신진작가 등용문으로 1949년 시작된 대한민국미술전람회(국전)의 후신이다. 정부가 주도하다가 82년 문예진흥원으로 넘겼고, 89년부터 한국미술협회가 맡고 있다.
미술대전의 비리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심사가 공정하지 못하다, 돈 주고 상을 산다, 썩었다는 비난과 함께 ‘비리 대전’ ‘뇌물 대전’이라는 조롱을 들은 지 10년도 훨씬 넘었다.
국전 시절부터 잡음과 시비가 있었지만, 미술협회가 맡고부터는 협회 집행부가 직접 운영과 심사에 개입하면서 더욱 심해졌다. 2001년에도 미술대전의 금품수수 등 비리로 미술협회 임원과 미술가 등 25명이 경찰에 불구속 입건됐다.
미술대전은 70년대만 해도 거의 유일한 신인 등용문으로 대단한 권위를 누렸지만, 매년 비리로 먹칠을 하는 바람에 차라리 없애라는 말을 들을 만큼 추락했다.
시대의 흐름을 따라잡지 못하는 구태의연한 공모전이라는 비판도 높다. 최근 10여 년 사이 공모전이 아니더라도 대안공간이나 비엔날레, 아트페어, 미술관과 화랑의 신인 발굴 기획전 등 미술계에 나오는 통로가 다양해짐에 따라 미술대전에만 매달릴 이유도 줄어들었다.
그런데도 매년 수천 명이 출품하고 또 매년 비리가 계속되는 것은 비록 빛바랜 권위일망정 입상하면 작품값이 올라가고 문하생도 늘어나는 실익이 있고, 운영과 심사 과정에서 영향력을 키우고 더러 떡고물도 생기기 때문이다. 3년마다 치르는 미술협회 선거가 정치판 뺨치는 과열과 혼탁을 빚는 것도 미술대전과 관련된 이권이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오미환 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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