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오희준 부대장은 2006년 한 해에만 해발 8,000m급 봉우리 4개를 연거푸 오를 정도로 걸출한 산악인이었다.
평소 산악계에서 ‘항우장사’ ‘적토마’ 로 불리던 그는 1989년 제주대 산악부에 들어가면서 산과 첫 인연을 맺었다. 히말라야에 첫발을 딛은 것은 이후 10년이 지난 1999년 제주산악연맹 원정대와 함께 오른 초요유(8,201m)였다.
오 부대장이 신예 산악인으로서 주목을 받은 것은 ‘박영석 사단’의 일원으로 활동하기 시작한 2000년이다. 이 해 7월 브로드피크(8,047m)를 시작으로 2001년 7월 K2(8,611m)까지 연속해 4개의 8,000m급 고봉에 오르면서 한국 산악계의 차세대 리더로 떠올랐다.
박영석 대장과 함께 남북 극점 원정에도 성공, 에베레스트를 포함한 ‘지구 3극점’ 도달 기록도 갖고 있다. 지난해까지 8,000m급 고봉 14좌 중 10좌 등정에 성공, 박영석 대장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 산악 그랜드슬램 달성을 눈앞에 두고 있었다.
고봉(高峰)에 도전한 지 7년여 만에 이 같은 괄목할만한 성과를 거둔 그의 집념을 보여주는 일화가 많다. 1991년 여름 울산암 등반 중 추락해 발목이 부러진 그는 이후 설악산 장군봉, 한라산 등지에서 같은 발목이 네 차례나 부러지는 사고를 거듭 당했지만 좌절하지 않고 계속 산으로 향한 당찬 산악인이었다.
평소 신조는 ‘1%의 가능성만 있어도 절대 포기하지 않는다’ 였다. 집념으로 가득찬 산악인의 풍모를 지녔지만 지인들을 위해 요리를 해주는 다정다감함도 잃지 않았다. 그의 갑작스러운 타계는 분명 국내 산악계의 크나큰 손실이다.
이성원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