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기기들이 우리 생활 전반을 편리하게 만든 것은 반길 일입니다. 하지만 시험 때 훔쳐보기(커닝) 같은 부정행위마저 진일보한 것은 결코 달갑지 않습니다.
요즘 대학가 일부 공학도들 사이에 전자수첩이 인기입니다. 이유는 훔쳐보기 때문입니다. 일부 공학도들의 훔쳐보기 수법을 들어보면 기가 막힙니다.
전자계산기를 시험시간에 지참할 수 있는 공대 특성상 공학도들은 자연스럽게 전자수첩을 휴대합니다. 요즘 전자수첩은 다기능이어서 공학용 계산기까지 포함돼 있습니다. 그러나 부정행위를 목적으로 한 일부 공학도들은 전자수첩을 계산기로 활용하지 않습니다.
이들은 계산기 케이스와 액정 화면에 연필로 커닝 내용을 빼곡히 적습니다. 어두운 색 케이스와 전원이 꺼진 검은색 액정화면은 위에서 내려다봤을 때 연필로 쓴 내용이 결코 보이지 않습니다. 그러나 각도를 조절해 비스듬히 보면 연필로 쓴 내용이 모두 보인다고 합니다. 문제가 될 것 같으면 연필로 커닝 내용을 지워버리면 그만입니다.
최근 어느 지인은 공대를 다니는 동생에게 전자수첩을 빌려줬다가 케이스 겉면이 시커먼 자국으로 얼룩져 지저분해진 채 돌아왔다고 불평을 했습니다. 알고 보니 전자수첩 본연의 기능보다는 엉뚱한 용도로 사용된 결과였습니다.
아직도 커닝 행위에 디지털기기를 사용하는 구시대적 발상이 대학가에 남아있다는 점은 안타깝습니다. 디지털 기기가 진일보하는 만큼 이를 활용하는 사람들의 생각도 발전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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