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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진의 영화, 영화인] '상성:상처받은 도시' 량차오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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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진의 영화, 영화인] '상성:상처받은 도시' 량차오웨이

입력
2007.05.15 2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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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스타 량차오웨이(梁朝偉ㆍ45)를 13일 홍콩에서 만나 새 영화 <상성:상처 받은 도시> 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상성> 은 홍콩의 드림팀 감독 유위강-맥조휘가 <무간도> 에 이어 내놓은 작품으로 량도 여기에 다시 한번 가세했다. 상대역은 일본계 배우 금성무가 맡았다. <상성> 역시 <무간도> 처럼 할리우드에서 리메이크 된다.

-당신은 늘 어쩔 수 없는 운명에 이끌려 분열된 정체성으로 살아가는 인물을 연기한다. 그런 점에서 <상성> 이 <무간도> 와는 어떻게 다른가.

“어떤 면에서는 <무간도> 느낌이 난다고도 할 수 있다. 그러나 <무간도> 에 비해 훨씬 더 기묘한 영화다. 과거에 대한 집착과 복수로 파괴돼 가는 한 남자의 이야기다.

<무간도> 에서는 다소 우수어린 표정이 강조되는 연기를 했다. 하지만 이번 영화의 캐릭터는 훨씬 복잡하다. 과거로부터 벗어나지 못하면서도 그것이 사실은 무의미하다는 것을 알게 된, 내면의 공허함 같은 걸 보여주는 인물이다.”

-처음으로 악역을 맡았다고 했다. 하지만 ‘주인공 유정희는 정말 나쁜 사람일까’라는 생각이 든다.

“오랫동안 복수를 꿈꿨고 그래서 계획적으로 사람을 한명 한명 죽이는 살인범이다. 악한이다. 하지만 이 인물이 악하게 되기까지는 사연이 있다. 그래서 알고 보면 불쌍한 악인이다. 특히 유정희는 복수가 끝나고 나면 모든 것이 다 평온과 평정을 되찾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결과는? ”

-영화 속이지만 당신이 살인을 저지르는 장면을 보고 놀라는 관객들이 많을 것 같다.

“(웃음) ‘사실은 량차오웨이가 범인이 아니야’ 라는 식의 반전을 기대하는 모양이다. 하지만 영화 속에는 그보다 더 놀라운 얘기들이 많다.”

-<디파티드> 처럼 <상성> 의 할리우드 리메이크작에서도 당신 역할을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맡는다고 한다. 소감은?

“디카프리오는 성격 묘사가 매우 꼼꼼하고 섬세한 배우라는 생각이 든다. 영화는 각각 다른 감독과 다른 배우가 찍는 만큼, 또 그 나라의 문화적 환경에 맞게끔 고쳐져서 만들어지는 만큼 뭐라 말할 수는 없다. 다만 디카프리오는 평소에 좋아하는 배우다.”

-제목을 보면서 이건 어쩌면 단순하게 과거에 상처를 가진 한 남자의 이야기라기보다는 홍콩 그 자체를 얘기하는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란 것이 자신이 살고 있는 환경과 사회를 닮아있다는 측면에서 보면 맞는 얘기일 수 있다. 어쩌면 이 영화는 홍콩의 내면에 대해 얘기하는 것일 수도 있고, 또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원래 기획은 두 도시, 그러니까 홍콩과 서울을 오가는 이야기로 만들려고 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서울을 오가는 공동작업이 생각처럼 쉽게 풀리지 않았던 모양이다. 가장 큰 문제는 언어 소통이었다고 들었다.”

-홍콩영화산업이 과거에 비해 위축돼 있다. 한국도 그렇다.

“홍콩영화가 한때 불황을 겪은 것은 하나의 과정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결과적으로 도움이 됐다. 홍콩영화는 한동안 느와르만 만들었다. 그러다가 그것만으로는 안 된다는 것을 알게 됐고, 점차 아시아 전체 시장과 유럽, 미국시장에 맞는 영화를 개발하게 됐다. 시장이 위축되니까 감독이나 배우, 스태프도 뿔뿔이 흩어져 다른 나라 시장으로 가게 됐다. 그런데 그것이 나중에는 오히려 큰 시너지효과를 가져오게 됐다. 시장이 일순 불황을 겪는 것은 하나의 과정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 한국에 열혈 팬들이 많다.

“늘 한국 팬들에게 미안하게 생각한다. 오랫동안 찾아 뵙지 못했다. 곧 인사하러 가겠다.”

■ 량차오웨이 내면연기에 기댄 느와르

유정희(량차오웨이)와 아방(금성무)은 강력반 반장과 형사. 아방은 아내가 다른 남자의 아이를 임신한 후 죄책감으로 자살하자 절망 끝에 형사 일을 그만둔다.

3년의 세월이 지난 후 유정희는 아내 숙진을 만나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아방은 사립탐정 일을 하며 살아간다. 하지만 숙진의 아버지가 참혹하게 살해되고 형사반장인 유정희가 용의자로 지목되면서 세 사람의 운명은 비극적으로 얽히게 된다.

‘상처 받은 도시’ 라는 제목처럼 영화는 홍콩의 유려한 밤 풍경을 유영 하듯 보여주는 것으로 시작해 주인공 유정희처럼 과거의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홍콩 그 자체를 보여준다. 원하지 않았던 운명적인 사건에 얽매여 분열된 삶을 살아가는 주인공의 모습은 홍콩 사람들 특유의 트라우마(정신적 외상)를 상징한다.

<무간도> 와 달리 유정희-아방, 두 남자의 대립적인 관계에 치중하기 보다는 겉과 속을 다르게 살아갈 수밖에 없는 유정희 한 사람의 복잡한 삶에 초점을 맞췄다. 그만큼 량차오웨이의 내면연기에 기댄 작품이다. 31일 개봉.

홍콩= 오동진 영화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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