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크바를 방문중인 콘돌리사 라이스 미 국무장관이 15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회담을 갖고 '러시아 달래기'에 나섰다.
미러 관계는 최근 푸틴 대통령이 동유럽에 미사일방어(MD) 기지를 건설하려는 미국 계획에 반발, 미국을 독일 히틀러의 '제3제국'에 비유했을 정도로 험악해진 상태다. 뿐만 아니라 러시아는 지난달 유럽재래식무기감축조약(CFE) 이행 중단을 위협한데 이어 유엔이 추진하고 있는 코소보 독립에 반대하는 등 국제현안에서 미국에 분명한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러시아 견제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확대 반대 및 이란 핵문제 관련 이견을 넘어 급속히 확대되는 양상을 보이자 일부에서는 '신냉전'이 시작됐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라이스 장관은 푸틴 대통령과 모스크바 근교 '노보_오가료보' 대통령 전용별장에서 비공개로 진행된 회담에서 신냉전 주장을 근거없는 것이라고 일축하면서 미러 관계는 방대하고 복잡하지만 화해하기 어려울 정도로 적대적이지 않다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라이스 장관은 이어 동유럽 MD 기지 건설이 러시아를 겨냥한 것이라는 주장은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점을 거듭 설명한 뒤 기지 건설 과정에서 러시아측과 전적으로 협력할 의사가 있음을 분명하게 전달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회담에 배석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푸틴 대통령이 미국의 MD 계획에 대한 러시아의 입장을 표명했다"고 말했지만 구체적으로 무슨 발언을 했는지 언급하지 않았다.
하지만 라이스 미 국무장관은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만난 뒤 기자들에게 "미국이 중부유럽에 구상중인 MD 기지 건설 계획을 러시아가 봉쇄하도록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미국이 자국의 안보이익에 대한 거부권을 허용할 것으로 기대해서는 안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14일 라이스 장관은 모스크바로 향하는 기내에서 "그 시절(냉전기)을 살아온 사람이자 냉전에 관한 전문가로서 말하자면 (미러 간 신냉전이라는) 비유는 솔직히 어떤 근거도 없는 것"이라고 일축했다.
워싱턴=고태성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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