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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의 아이디어가 세상을 바꾼다-이건 어때요?] "시민의 발 지하철 이렇게 바꿔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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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의 아이디어가 세상을 바꾼다-이건 어때요?] "시민의 발 지하철 이렇게 바꿔주세요"

입력
2007.05.14 2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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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과 수도권에서만 하루 1,000만명이 이용한다는 시민의 발 지하철. 그래서인지 희망제작소와 한국일보, 행정자치부에는 200건이 넘는 지하철 개선 관련 시민 제언이 밀려 들어왔습니다.

‘승객의 키 차이를 고려해 손잡이 높이를 달리해 달라’는 아이디어 등은 이미 반영됐습니다. 더 편하고 좋은 지하철을 만들기 위한 시민 제안 중 꼭 필요하고 시급한 것들을 골라 2차례에 걸쳐 소개합니다.

희망제작소는 또 15일 건설교통부 행정자치부 서울시 서울메트로 서울도시철도공사 관계자와 시민들이 모여 지하철 개선 방안을 논의하는 ‘와글와글 사회창안포럼’을 개최합니다.

■ 지하철 '공기청정鐵'

“도로변의 대기오염 표시 전광판처럼 지하철에도 공기오염 표시판을 설치하는 건 어때요?”

부산에서 서울로 출장을 와 지하철을 이용할 때마다 공기가 좋지 않다고 느꼈다는 강정우(40ㆍ광고디자인업)씨. 오염 정도를 나타내는 전광판을 설치한다고 해서 당장 공기가 깨끗해지는 건 아니겠지만, 지하철 운영 회사나 시민이나 문제의 심각성부터 알아야 개선의 필요성을 실감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강씨는 “대부분의 승객들이 외부 공기보다 오염됐을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만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없어 막연한 불안감을 가지고 지하철을 탈 수밖에 없다”며 “공기오염 표시기가 설치된다면 승객들은 오염이 심한 지하철역은 가급적 피할 것이고 당국에서도 전광판에 표시된 오염 수치를 낮추기 위해 구체적인 노력을 기울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메트로와 서울도시철도공사에 확인해 본 결과 서울과 수도권 지역 지하철역 중에서 오염도를 측정하는 곳은 9곳 뿐이다.

서울메트로는 1997년부터 1호선 시청역, 2호선 동대문운동장역, 3호선 충무로역, 4호선 서울역 등 4곳에 측정기를 설치, 해당 역과 을지로입구역의 통합 표시판, 홈페이지를 통해 오염 정도를 실시간으로 알리고 있다. 서울도시철도공사는 28개 역 80개의 표시판에서 오염도를 전하지만 실상은 월드컵경기장역 등 5개 역의 오염도 평균을 전송하고 있다.

관계자들은 “측정에서 분석, 표시에 이르기까지 하나의 시스템을 갖추는데 1억5,000만원이 들어 부담이 된다”면서도 “보다 많은 시민들이 안심하고 지하철을 이용할 수 있도록 더 많은 측정 장비의 도입을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정민승 기자 msj@hk.co.kr

■ 지하철 '공익광고鐵'

“지하철 열차 안에 상업 광고가 너무 많다. 상업광고가 들어오지 않아 비워둔 공간에라도 소외계층이나 서민들을 위한 공익광고를 게재하면 어떨까.”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의 위촉연구원 박문수(32)씨의 자그마한 바람이다. 서울 성북구 정릉동에 사는 박씨는 지하철을 이용해 출퇴근 한다. 하루에 지하철에서 보내는 시간은 출퇴근 합쳐 1시간 정도다.

박씨에게 지하철은 광고 공해가 넘쳐 나는 짜증나는 공간이다. 박씨는 “하루 종일 일을 하고 밤 늦게 피곤한 몸으로 지하철 역사에 들어서면 여기저기에 널려있는 상업광고 때문에 눈이 어지럽다”고 말했다.

서울 동대문구 장안동의 김만권(58)씨는 “지하철 광고 중 대부업체 광고가 많은데 서민들이 급한 마음에 덜컥 사용하고 빚더미에 앉으면 어떻게 되겠냐”며 “지하철은 세금으로 만들어지고 운영되는 만큼 광고에도 책임감을 가져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실제 박씨와 김씨가 지적한 것처럼 지하철 광고 문제는 심각하다. 지하철 광고가 가장 많은 2호선은 한 열차(10량 기준)에 700개가 넘는 광고물이 게재돼 있다.

지하철 광고 홍수로 인한 시민 불만도 적지 않다. 남서울대에 따르면 최근 지하철 승객 2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절반이 넘는 55.5%가 지하철 광고가 지나치게 많거나 많은 편이라고 답했다.

서울메트로는 “지하철 운영비 때문에 공익광고의 대폭적인 확대는 어렵지만, 올해부터 서울시 문화관광부 등과 협조해 광고대신 애송시를 게재하는 등 공익 광고를 늘려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서울메트로는 올해 지하철2호선 역사 및 열차 내 포스터광고판 7,000개를 철거할 계획이다.

손재언 기자 chinason@hk.co.kr

■ 지하철 '환승편의鐵'

서울 지하철1호선 지하청량리역에서 내려 100m만 걸어 가면 국철 지상청량리역이 나온다.그러나 국철을 타려면 새로 표를 사야 한다. 무료 환승이 안 된다는 뜻이다.

그러나 지하청량리역에서 나와 버스를 타고 시내를 돌다 지상청량리역에서 열차를 타면 새로 요금이 부과되지 않는다. 현재 교통요금 부과 시스템상 ‘지하철-버스-지하철’ 환승은 무료(추가요금만 부담)지만 ‘지하철-도보-지하철’ 환승은 무료가 아니다. 아이러니 아닌가.

‘철도 마니아’ 한우진(30)씨는 14일 “근거리 지하철역간 환승은 무료로 하자”는 아이디어를 희망제작소에 냈다. 철도동호회 회원인 한씨는 홈페이지를 운영할 정도로 철도에 관심이 많다.

그는 “지하철에서 내려 버스를 타면 혜택을 주고, 친환경적인 도보를 이용하는 시민에겐 요금을 더 내라고 하는 건 부당하다”고 말했다. 4호선 신용산역과 국철 용산역, 인천 지하철 1호선 간석오거리역과 국철 동암역도 지리적으론 불과 수백m 거리지만 도보 환승은 불가능하다.

일본에서는 이미 이 제도를 운영 중이다. 거리는 가깝지만 지하 환승 통로가 없는 경우 오렌지색 개찰구를 통해 역외로 나갔다가 들어오면 무료 환승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환승 통로를 새로 건설해야 하는 하드웨어적인 비용도 절약된다. 우리나라도 특수 개찰구만 설치하면 큰 비용 부담 없이 간단한 프로그램 변경으로 이 제도를 운영할 수 있다.

시민들이 이동 공간인 지상의 상가들을 지나야 하므로 역세권 발전이라는 부수적 효과도 있다. 관계 당국도 긍정적이다. 서울메트로 관계자는 “다른 기관과 협의, 시행가능 여부를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강철원 기자 str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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