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새벽 중국 옌타이(煙臺)해역에서 충돌한 중국 컨테이너선 진성호(4,822톤)와 골든로즈(3,849톤)호 중에 왜 골든로즈만 침몰했을까. 골든로즈호는 왜 단 한번의 구조요청도 하지 않았을까.
우선 골든로즈호만 침몰하고, 가해 선박인 진성호가 멀쩡한 것에 대해 전문가들은 “화물 적재량의 차이와 충돌부위가 달랐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골든로즈호의 관리회사인 부광해운에 따르면 골든로즈호는 길이 105.5m, 폭 16.3m, 높이 8.4m이며, 진성호는 길이 113m 폭 19m 높이 8.5m로 두 배는 규모 면에서 거의 차이가 없다.
부광해운측은 두 선박의 운명이 엇갈린 것은 사고 당시 두 배의 화물 적재량에 현격한 차이가 있었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이 회사가 현지에서 중국 조사원 등을 통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사고 당시 옌타이에서 다롄항으로 항해 중이던 진성호는 빈 배였다.
반면 다롄항에서 출항한 골든로즈호는 무려 5,900톤의 철제코일을 싣고 있었다. 이에 따라 진성호는 물위에 떠있는 부분이 많았고, 골든로즈호는 수면 아래로 상당히 가라앉은 상태로 항해하고 있었다.
또 진성호 선수의 최하단면인 ‘불보우스 보우(Bulbous Bow)’의 오른쪽 부분이 심하게 찌그러져 있고, 선박의 오른쪽 측면에 6m 가량 긁힌 자국이 발견된 점 등으로 미뤄 진성호가 선수로 골든로즈호의 오른쪽 측면을 약 45도 각도로 강하게 충돌한 것으로 부광해운 측은 보고 있다. 이 때문에 충돌에 따른 충격으로 싣고 있던 철제코일이 한쪽으로 쏠려 골든로즈호가 급격하게 침몰한 것으로 추정된다.
침몰한 골든로즈호에서 구조요청이 한번도 없던 점도 의문점이다. 해경은 골든로즈호가 진성호에 부딪혀 순식간에 전복되는 바람에 선원들이 구조요청을 취할 여유가 없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사고 시간대가 12일 오전 4시 5분(한국시간)이어서 선원 16명 중 몇 명만 근무중이고 배가 뒤집어져 무선통신기가 있다 하더라도 구조를 요청할 겨를이 없다는 것이다.
침몰시 자동으로 선박 위치를 발신하는 ‘조난위치 자동발신장치(EPIRB.Emergency Position Indicating Radio Beacon)’의 미 작동에 대해 해경 관계자는 “장비가 노후했거나, 침몰이 순식간에 이뤄져 EPIRB가 선박 구조물에 걸려 수면 위로 부상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송원영기자 wysong@hk.co.kr김창배기자 kimcb@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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