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gain 2001년'
반도체 업계의 불황이 이어지고 있는 요즘 하이닉스 이천 공장에는 '2001년 정신으로 돌아가 다시 뛰자'는 구호가 한창이다.
반도체 가격은 올들어 D램이 계속 하락 추세를 보이는 반면 낸드플래시 가격은 2분기 들어 반등조짐을 보이면서, 하반기엔 가파른 상승 곡선이 기대되고 있다.
이에 따라 하이닉스는 이달 초부터 D램 생산라인의 일부를 낸드플래시 라인으로 바꾸는 대대적인 전환 작업에 돌입했다. 통상 3개월 정도 걸리는 이 작업을 하이닉스 특유의 돌파력으로 2개월 내로 단축, 7월부터 낸드플래시 본격 양산에 들어가기로 한 것.
하이닉스는 이를 위해 전사적인 태스크포스팀을 꾸렸다. 또 낸드플래시 생산부문 관계자들이 최근 1박2일로 경기도 용인의 연수원에 모여, 12인치 D램 반도체 웨이퍼 라인을 60낸드플래시 나노공정으로 변경하는 작업을 차질없이 진행하기 위한 세미나를 갖고 "2001년 위기 극복 정신을 되살리자"는 다짐도 했다.
사실 하이닉스는 2001년 존폐 기로에 섰다. D램 가격이 1년새 80%나 폭락하면서 직격탄을 맞은 것. 영업적자만 1조5,000억원, 부채 누적 등으로 총 3조원의 적자가 발생해 회사침몰이 눈앞에 다가왔던 그 때 하이닉스 연구원들은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던, 구형장비를 개조해 신제품을 생산하는 불굴의 투혼을 발휘해 반전의 계기를 만들었다.
하이닉스는 올 1분기에도 D램 가격이 낸드플래시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떨어지자, 낸드 생산라인의 신속한 D램 전환을 통해 업계 최고의 영업이익율을 달성했다.
하지만 이제 가격변화 및 시장 수요에 맞춰 다시 역으로 제품 포트폴리오를 재조정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 하이닉스 관계자는 "낸드플래시 가격은 이미 바닥을 친 것으로 보이는 만큼 하반기에 있을 판매전쟁에 대비해 충분한 생산라인을 조기에 갖춰 놓아야 한다"며 "2001년 당시의 맨주먹 정신으로 다시 불황의 터널을 벗어나자는 열기가 뜨겁다"고 말했다.
박진용 기자 hub@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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