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한국타도를 외치는 '일본-대만 동맹'에 맞서, 라이벌 삼성과 LG가 손을 잡았다.
삼성전자, LG필립스LCD, LG전자, 삼성SDI 등 디스플레이 패널 4사는 14일 특허협력, 수직계열화 타파, 공동 연구개발(R&D) 등을 골자로 하는 '8대 상생협력 과제'를 추진키로 합의했다.
우선 6월 중 특허협의체를 설치, 미진했던 특허분야 협력을 추진하고 국가 R&D 사업에서 발생한 특허는 상호공유하며, 외국기업의 특허공세에도 공동 대응키로 했다.
물류비 절감과 시장수요를 대폭 확대하기 위해 '패널 상호 구매'에도 합의했다. 그간 TV 생산업체인 삼성전자, LG전자는 상대방 계열사의 패널을 구매하지 않았다. 아울러 중소기업의 '삼성계열'과 'LG계열'간 수직 계열화 구조도 타파, 하반기부터 상호 교차구매를 넓혀 가기로 했다.
세계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정상을 다투는 삼성과 LG가 협력체제를 구축키로 한 것은 일본과 대만업체들의 공세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다.
일본 샤프는 지난해 8월 세계 최초로 8세대 LCD라인 가동에 들어갔으며, PDP 세계 1위 마쓰시타는 신규라인 건설에 2,800억엔을 투자하겠다는 방침을 내놓기도 했다.
또 지난해 일본 샤프와 대만 치메이 옵토일렉트로닉스(CMO), 칭화픽쳐튜브(CPT)간 특허 제휴가 체결된 데 이어 마쓰시타는 LCD 모듈을 대만 기업에 아웃소싱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등 일본-대만의 '반(反)한국 전선'도 가시화하는 양상이다.
업계는 이날 서울 메리어트 호텔에서 한국 디스플레이산업협회 창립총회를 열고 초대회장으로 삼성전자 이상완 사장은 선출했다.
이회장은 "일본 업체들은 공격적 투자와 핵심 원천기술을 바탕으로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고 차세대 디스플레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노력을 집중하고 있다"며 "대만과 중국 등 후발 업체는 국가적 지원과 원가경쟁력을 바탕으로 우리 나라와의 격차를 좁히며 무섭게 추격해 오고 있는 샌드위치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김영주 산업자원부 장관도 축사를 통해 "삼성과 LG가 손을 잡은 것은 한국과 일본, 대만이 디스플레이 분야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맺은 현대판 도원결의와 같다"면서 "우리나라 대기업들도 동반자 의식을 바탕으로 협력해 일본ㆍ대만 업체들의 국경을 초월한 제휴에 대응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김 혁기자 hyuk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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