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보광초교는 스승의 날인 15일 제자 안아주기를 한다. 학생 한 명씩 앞에 나가 선생님에게 꽃을 달아주면 선생님은 제자를 꼬옥 안아주며 "사랑한다" "좋아한다" 고 애정표현을 하는 식이다.
학생 학부모의 부담을 없애기 위해 꽃은 학교에서 모두 준비한다. 잠동초교는 이날 하루 교사가 학생 발을 닦아주는 세족식을 하고, 신현중은 14일 선생님 학창시절 사진 전시회를 시작해 16일까지 연다. 행사마다 스승의 날을 학생 학부모에게 부담 주는 날이 아니라 사제지간 사랑의 참뜻을 살리는 날로 삼으려는 뜻이 배어 있다.
지난해 스승의 날 휴무 학교는 전국 초ㆍ중ㆍ고 10개 학교 중 7개 꼴이었지만 올해는 5개교가 채 되지 않는다. 촌지나 선물받는 날로 오해를 살까봐 교문을 닫았던 것인데 이게 오히려 그런 행태를 인정하는 모양새가 될 수 있다는 반론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서울시교육청처럼 스승의 날을 2월 등 학년 말로 옮기자는 움직임도 있긴 했다. 그러나 교총 설문조사에 따르면 교원 30.7%만 찬성했을 뿐 34.5%는 "현행대로 하자", 29.9%는 "옮기느니 차라리 폐지하자"고 답했다.
변경이나 폐지나 그 날을 학생 학부모에게 부담 주는 날로 전제하고 있다는 점에선 다를 게 없다. 일부의 그릇된 현상을 교단 전체의 일로 일반화한다면 오히려 그게 더 큰 문제일 따름이다.
교단의 촌지ㆍ선물 수수가 옳지 않은 관행이라는 사회적 공감이 이뤄지고 그에 맞게 행동한다면 그 쯤에서 족하다. 애꿎게 스승의 날을 탓할 일은 아니다. 더러워진 목욕물 버리려다 귀한 아이까지 버리는 일은 가당치 않다. 내년 스승의 날은 '작은 축제'를 즐기기 위해 모든 학교가 문을 활짝 열기를 기대한다.
박원기 사회부 기자 o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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