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4월 방카슈랑스(보험사가 은행을 통해 상품을 파는 것) 판매품목 전면 확대를 앞두고 보험업계가 조직적 반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2005년부터 시행하려다 보험업계의 반대로 3년 연기된 전면확대에 대해 보험업계는 "예정대로 강행하면 보험업이 다 망한다"는 입장인 반면, 은행업계는 "소비자를 외면한 집단 이기주의"라고 일축하고 있다.
14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손해보험협회와 손보사들은 최근 기획담당 임원 회의를 열어 내년 4단계 방카슈랑스 확대 시행을 연기 또는 백지화해야 한다는데 의견 접근을 이뤘다.
손보사들은 22일로 예정된 사장단 회의에서 방카슈랑스 연기를 공론화하는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며, 생명보험협회와 생보사들도 같은 방향으로 입장을 정리하고 있다.
금융감독원도 일부 보험사들의 의견을 수렴해 검토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또 한국보험대리점협회는 방카슈랑스 확대에 반대하는 서명운동을 시작했으며 국회에 연기를 청원할 계획이다.
이번에 확대되는 분야는 자동차보험과 종신보험, 치명적 질병(CI)보험 등 보장성 보험으로 생명ㆍ손해보험업계의 주력 상품이다. 보험업계는 "이번에 확대되는 분야는 그동안 허용된 분야와 비교가 안될 정도로 보험업계에 타격이 크다"고 주장하고 있다.
최근 보험개발원은 4단계 방카슈랑스가 시행되면 보험설계사 3만7,000여명이 일자리를 잃고 손보사들이 만성 적자에 시달리고 있는 자동차보험에서도 330억~380억원의 추가 적자가 발생할 것이라는 보고서를 내놓았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규모가 절대우위인 은행들이 보험사의 주력 상품까지 판매할 경우, 막강한 판매망을 무기로 무리한 가격 인하를 요구할 게 뻔해 결국 보험사의 은행 예속을 불러올 수 있다"며 "은행 창구 직원의 마구잡이 판매로 민원이 빈발하고 대출을 미끼로 보험 가입을 강요하는 사례도 많은데, 결국 피해는 보험사와 소비자에 돌아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은행권은 이를 "보험사들의 잇속 챙기기"로 보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이 팔든, 설계사가 팔든 결국 보험료를 받는 것은 보험사인데 수익이 악화한다는 주장은 말도 안된다"며 "평소 설계사 조직 유지를 위해 보험료도 내리지 못하는 보험사들이 이제는 조직 유지를 위해 억지 주장을 펴고 있다"고 반박했다.
그는 "보험업계가 주장하는 은행 직원의 불완전 판매도 서류 조작 등으로 과장된 측면이 크다"고 주장했다.
김용식 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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