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13일 이라크 사태 해결을 위해 그 동안 양자 대화를 거부해 온 이란과 공식적인 대사급 대화를 갖기로 했다고 밝혀 이 같은 시도가 북미 식 양자간 포괄적 대화로 발전할 수 있을 지 여부가 주목된다.
고든 존드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은 이날 “라이언 크로커 이라크 주재 미국 대사와 이란 관리들이 수주일 내 만날 것으로 예상된다”며 “(대화의) 목적은 이란이 이라크에서의 생산적 역할을 보장할 수 있는지 타진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NSC 관계자는 “이번 대화는 이라크 치안문제에 국한될 것”이라면서 “이란의 핵 개발 프로그램 등과 같은 이슈는 다루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이집트를 방문 중인 딕 체니 부통령을 수행한 레아 앤 맥브라이드 부통령 대변인은“이라크 문제에 집중해서 이란과 대화 할 의향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조만간 성사될 것으로 보이는 미국과 이란의 직접 대화는 미국이 1979년 테헤란 미 대사관 인질사건 이후 이란과의 외교관계를 단절하고 공식적 양자접촉을 갖지 않았던 점에 비추어 매우 이례적이다. 지금까지 미국은 이란이 핵개발 프로그램을 포기할 때까지는 직접 대화를 갖지 않는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이란이 이라크 저항세력에 무기와 훈련 등을 제공하고 있다고 주장해 왔다.
이란도 이란 주재 스위스 대사관을 통해 미국의 대화 제의를 받고 이를 받아 들였다. 모하마드 알리 호세이니 이란 외교부 대변인은 “이란은 이라크 주민들의 고통을 덜고 이라크 정부를 지원하며 이라크 치안을 개선하기 위해 이라크에서 이라크 문제에 대해 미국측과 협의키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미국 정부는 이란과의 양자 대화가 이라크 치안문제 논의에 국한될 것이라고 밝히고 있으나 일단 대화가 시작되면 제한된 의제에 구애 받지 않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북핵 6자회담 틀 내에서 시작된 북미 대화를 보더라도 미국은 북한과의 협상 테이블에서 북한이 제기하는 거의 모든 문제에 대해 대화에 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워싱턴=고태성 특파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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