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봉관 / 살림名士들의 스캔들 '사생활의 역사'
“인생의 복잡성을 보여주는 데 사생활만큼 좋은 연구거리도 드물다.”
<경성기담(京城奇談)> (2006)의 저자 전봉관(36) 카이스트 인문사회과학부 교수는 ‘사람 냄새 나는 인문학’을 주장한다. 이 책은 1920~30년대 식민 치하 근대 조선을 뒤흔들었던 명사(名士)들의 스캔들 6건과, 기괴한 살인사건 4건을 파헤친다. 경성기담(京城奇談)>
이들 사건은 식민의 아픔과 근대의 혼돈을 드러낸 문화사적 의미에도 불구하고 역사에는 단 한 줄 이상 기록되지 않았다. 공적인 생활과 사적인 생활을 다른 차원의 문제로 보는 인문학의 오랜 금기 때문이다.
이 책의 가치는 그런 사생활의 역사를 전면으로 끌어낸 데 있다. “인문학의 현대적 가치가 물질만능주의에 맞서 훼손된 인간성을 회복하는 데 있다고 떳떳이 주장하려면 더 이상 사생활을 감춰둬서는 안 된다”는 저자는 당시의 신문ㆍ잡지를 바탕으로 고증을 거쳐 각 사건을 소설 형식으로 쓴 뒤, 말미에는 오늘의 시점에서 보는 비교ㆍ평가를 곁들이고 있다.
3ㆍ1운동 민족대표 33인의 한 사람인 당시 경성중앙보육학교 교장 박희도의 여제자 성추행 사건, 작곡가이자 조선 제일의 테너 가수로 이름높았던 안기영이 병든 아내를 버리고 제자와 벌인 애정의 도피 행각, 조선 마지막 임금 순종의 장인으로 요즘 돈으로 약 3,000억원을 떼어먹고 베이징으로 도주했다 비참하게 죽은 ‘부채왕’ 윤택영 후작 사건 등등.
한 보름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다 “나 같이 어리석은 아비가 없기를…” 바란다며 ‘사상 처음으로’ 폭행 혐의로 구속수감된 재벌 회장 사건을 후대의 인문학자는 어떻게 기록할까.
하종오 기자 joh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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