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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유치장 안의 재벌총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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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유치장 안의 재벌총수

입력
2007.05.13 2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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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에 대한 구속 영장이 발부된 12일 자정. 서울 남대문경찰서는 그가 경찰 조사를 받기 위해 출두하던 2주 전풍경이 재연됐다. 벌떼처럼 몰려든 취재진과 행여 ‘회장님’께 누를 끼칠까 겹겹이 통로를 에워 싼 경찰의 모습은 변함이 없었다.

달라진 것은 김 회장 자신이었다. “할 말이 없습니다…”유치장으로 향하면서 내뱉은 ‘때늦은 후회’다. 부인으로 일관했던 출두 때의 당당함과 오만함은 찾기 힘들었다. 고개를 떨군 채 초췌한 얼굴로 나타난 김 회장은 금방이라도 눈물을 떨굴 것 같았다.

사태가 이 지경에 까지 오게 된 중심에는 김 회장이 있다. ‘모르쇠 작전’이 그가 택한 전술이었지만 실패로 막을 내렸다. 한화측 대응도 새삼 도마에 오른다. “아버지 마음은 다 똑같은 것 아니냐”며 부정(父情)에 의해 우발적으로 일어난 사건임을 강조했을 뿐 사건의 진실에 대해선 철저히 함구했다. 대가는 혹독했다.

영장에 적시된 사건의 전말은 김 회장에 회복 불능의 상처를 안겼다. 쇠파이프, 전기충격기, 조폭 등 느와르 활극에나 등장할 법한 용어가 난무했고, 그는 이런 용어들이 동원되는 데 깊숙이 간여했다는 게 경찰측 설명이다.

김 회장은 아들이 술집 종원들에게 당한 폭행을 되갚아 주기 위해 우월적 지위를 이용, 사적 보복을 가했다. 김 회장과 한화 주변에서는 그가 처음부터 진실을 밝히고 용서를 구했다면 철장 신세는 면했을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경제 기여도와 회사에 미칠 파장이 고려됐을 것이라는 뜻이다.

이번 사건은 법치의 중요성을 새감 부각시킨 측면도 있다. 김 회장이 직접 폭행을 했는지는 본질이 아닐 수 있다. 사건만 터지면 돈과 권력에 의지해 법 질서를 기만하려는 일부 지도층 인사들의 그릇된 행태가 더 큰 문제라는 지적이다.

경찰의 방관 속에 한 달 넘게 사건의 실체가 잠자고 있었던 것도 누구에게나 평등해야 할 법적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증거다. 김 회장 보복 폭행 사건 진실 규명은 지금부터가 시작이다.

김이삭 사회부 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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