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6월 미국 언론들은 테러 조직 알 카에다가 2003년 뉴욕 지하철에 독가스 테러를 가할 계획을 세웠다가 마지막 순간 중단했다고 보도해 충격을 줬다.
당시 발간을 앞둔 론 서스킨드의 책 <1퍼센트 독트린>을 통해 처음 밝혀진 사실이었다. 출간되자마자 아마존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르며 화제를 모았던 이 책이 번역돼 나왔다.
<1퍼센트 독트린>은 전 CIA 국장 조지 테닛을 비롯한 CIA, FBI, 백악관, 국무부, 재무부 등 전ㆍ현직 관리들과의 접촉을 통해 9ㆍ11 이후 부시 행정부가 벌인 ‘테러와의 전쟁’의 이면을 파헤친 책이다. 월스트리트 저널 기자 출신인 저자는 전작 <충성의 대가> 에 부시 행정부가 9ㆍ11 이전부터 이라크 침략과 사담 후세인 제거를 계획했다는 폴 오닐 전 재무장관의 주장을 게재, 파문을 일으켰던 주인공. 충성의>
‘1퍼센트 독트린’이란 9.11 직후 딕 체니 부통령이 공표한 전략이다.
테러리스트들이 대량 살상 무기를 손에 넣을 가능성이 1퍼센트만 된다 하더라도, 그리고 어떤 일이 일어날 가능성의 기미만 보인다 하더라도 미국 정부는 이것을 100퍼센트 확실한 것으로 보고 대응한다는 것이다.
테러 만큼 위험해 보이는 이 전략은 아프가니스탄 전쟁부터 이라크 전쟁, 테러리스트 체포 등 모든 정책의 기준이었다. 이로 인해 “미국은 증거가 있건 없건 언제든 행동을 개시할 준비를 갖췄으며, 다른 국가는 더러운 꼴을 당하지 않기 위해 미국의 국익과 일치하지 않는 행동을 하겠다는 암시조차 하지 말아야 했다.”(354쪽)
신용 카드 데이터 회사인 퍼스트 데이터사는 테러와의 전쟁에 협조하기 위해 일반인들의 개인 정보를 유출했으며, 부시 행정부는 제네바 협약을 어기고 포로에 대한 고문을 승인했다.
2002년 체포 당시 심각한 부상 중이었던 알 카에다 조직원 아부 주바이다의 경우 최고 의료진에게 완벽한 치료를 받은 후 고문실로 옮겨졌다. CIA는 알 자지라 방송의 실제적 소유주인 카타르 토후로부터 알 카에다 핵심 간부의 소재 등 기자의 취재 자료를 넘겨받았으며, 리비아의 가다피 대통령과도 비밀리에 거래했다.
9ㆍ11 발생 당시부터 2004년 오사마 빈 라덴이 대통령 선거일 직전의 방송 연설로 부시의 재선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기까지 일어난 일들이 차례로 모습을 드러낸다.
직설적으로 폭로하고 비판하기보다는 사실들을 충실하게 보여주는 방법을 취한다. 마치 소설을 보는 듯, 대화나 정황이 생생하게 살아 있다. 100명에 이르는 취재원들이 가진 정보의 조각들을 짜맞춘 것이라고 저자는 설명한다. 책은 ‘목적 뿐 아니라 수단도 정의로워야 한다’는, 단순하고도 선명한 명제를 새삼 확인시켜 준다.
1%의 가능성에 묻힌 진실 / 서스킨드 지음ㆍ박범수 옮김 / 알마 발행ㆍ584쪽ㆍ1만9,800원
김지원 기자 eddi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