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보복폭행 사건에 대한 경찰 수사가 일단락됐다. 밖에서 싸우다 맞고 온 아들을 보고 아버지가 나서서 보복한, 있을 수도 있는 일이다.
하지만 국민적 관심사로 부각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재벌답지 못한 처신에 대한 사회적 반감과 경찰답지 못한 행태에 대한 국민의 분노가 심각했기 때문이다. 여론몰이 식으로 사건을 재단해서는 안 되지만, 이러한 국민정서를 무시해도 안 된다고 본다. 과정과 결과에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는 이유다.
한화그룹의 처신은 참으로 유감스럽고 유치하다. 그들이 마지막까지 기댔던 '부정(父情)의 양해'는 재벌기업이 스스로 자부하던 노블리스 오블리주(사회지도층의 의무)를 뿌리부터 부인했다.
사건의 진실을 정확히 밝히고 잘잘못을 법에 맡기는 당당함이 있어야 했다. 증거와 정황을 지우기 위해 새로운 압력과 협박을 가하는 듯한 모습이 불쾌하다. 'OO파' '△△파' 하는 조폭들과 세칭 '한화파' '김승연파'와 무엇이 다른가. 대한민국 9위 대기업이 '법대로 하면 이길 수 있다'는 배짱으로 버티는 모습이 참담하다.
상황을 부추긴 것은 경찰의 행태다. 언론에 보도되자 금세 피해자 진술을 다 챙기고, 장소와 시간에 따른 관련자 통화내용까지 파악하지 않았는가.
보복폭행이 의심되는 조폭들의 세세한 계보까지 공개하고, 구속영장 청구를 위해 새로운 피해자까지 발굴해 냈다. 신고된 사건이 경찰청 광역수사대에서 남대문경찰서로 이첩된 경위나 수사기관이 한 달 이상 뭉개고 있었던 이유들이 낱낱이 밝혀져야 한다.
이번 사건은 재벌과 기업에 대한 사회적 도리를 묻고, 국가공권력이 집행되는 과정을 가늠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유례없이 청와대가 철저 수사를 당부하고, 검찰이 공개 지휘를 한 이유이다.
"먹고 살기도 힘든데 술집싸움이 그리 중요하냐"는 불만이나 "아버지가 자식을 위해 그럴 수도 있지 뭐"하는 동정론은 사건의 본질과 거리가 멀다. 법 적용은 만인에게 균등해야 하지만, 사회지도층 인사에겐 오히려 더욱 엄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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