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영장 발부 여부를 놓고 깊은 고민에 빠졌다. 내부적으론 ‘불구속 수사 원칙’이 강조되는 분위기지만, 그렇다고 국민의 법 감정을 무시하기도 쉽지 않은 탓이다.
어쨌든 ‘김 회장의 구속영장’이라는 폭탄은 경찰, 검찰을 거쳐 10일 법원으로 넘어왔다. 외견상 법원은 국민들의 이목이 집중된 사건임을 감안,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 일정을 11일 오전 10시30분으로 신속히 지정했다.
이상훈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판사는 “사회의 이목을 끌고 있는 사건이니까 가능하면 빨리 처리하는 게 낫겠다는 판단에 따라 영장전담 판사가 심문 예정일시를 빨리 잡은 것 같다”고 말했다.
영장실질심사에선 김 회장이 직접 범행에 가담한 정도와 증거인멸 여부가 쟁점이 될 전망이다. 형사소송법상 피의자가 죄를 범했다고 의심할 상당한 이유가 있고, 도망이나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으면 구속할 수 있다. 김 회장은 과거 대선자금 수사를 앞두고 해외로 도피한 전력이 있지만, 현재 출국금지가 된 이상 도망의 우려는 없다고 보인다.
문제는 증거인멸 가능성이다. 6명의 피해자들이 구체적이고 일관되게 “김 회장에게 폭행을 당했다”고 진술했음에도, 김 회장은 “절대 그런 일이 없다”며 부인하고 있다. 상해 사건은 피해자들의 진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때문에 김 회장이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 받을 경우 피해자들을 회유해 증거를 없앨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서울지역 한 판사는 “2개월 전 발생한 사건이라 이미 어느 정도 증거인멸이 된 상태”라며 “더 이상의 증거인멸을 막기 위해서는 구속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더욱이 조직폭력배의 개입 정황까지 드러난 이상 모든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김 회장을 구속 수사할 필요성은 더욱 높아진다는 게 법조계의 일반적인 분석이다. 법원 입장에선 영장을 기각할 경우 쏟아질 국민의 따가운 시선도 부담이다.
하지만 법원이 최근 불구속 수사 원칙을 상당히 강조해온 만큼, 피의자의 방어권 보장을 위해 구속이 안 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또 지금까지 부인으로 일관해 온 김 회장이 실질심사에서 모든 혐의를 시인하고 뉘우치는 모습을 보이면 정상 참작이 될 수도 있다.
박상진 기자 oko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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